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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이 진짜 실력”…증권사 CEO들, 하반기 리스크 관리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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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2. 07. 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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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이 진짜 실력이다.”

올 하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 침체로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 2분기 20~30%의 순익 감소가 예상된다. 각 사 수장들은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바짝 조이고, ‘특화 사업’을 기반으로 수익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세웠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상위 5개(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 등) 증권사 CEO들의 하반기 핵심 경영 전략은 리스크 관리다. 국내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인 위험 관리와 고객 중심 경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비상장사인 KB증권을 제외한 4개사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8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할 전망이다.

‘필생 전략’은 고객 자산관리 강화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고객 수익률 관리’에 방점을 뒀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모든 투자 역량과 인프라를 동원해 단 한 분의 고객 자산도 방치되지 않도록 고객의 투자수익률 제고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의 난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다. 올해 ‘ROE 업계 1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올 1분기 ROE는 9.5%로 5개사 중 KB증권과 공동 5위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순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0조원대로 업계 1위다. 최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연금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임직원 회의에서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2% 급감했다. 정 사장은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탄소금융, 가상자산업 등 새로운 수익창출원을 모색 중이다. ‘IB(기업금융) 명가’로서 자존심 회복에도 시동을 건다. 최근 IB 조직을 개편했고, ‘대어’ 현대오일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을 맡았다. 시장에서 예상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10조원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 등 전 부문 시스템 혁신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 중 2분기 실적 감소폭이 가장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IB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해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만회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부문별 시너지를 높여나가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고객군별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증권은 경쟁사 대비 리테일 비중이 높아 증시 민감도가 큰 편이다. 주식뿐만 아니라 신종자본증권 등 금리형 상품 라인업과 다양한 대체투자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OCIO(외부위탁운용관리)를 통한 법인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혁신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제적으로 제시해 자산관리 선도사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의 경영 목표는 ‘손익 안정성 확보’다.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서 실적 감소는 그룹 전체의 순익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지주 내 순이익 비중은 7.9%로 전년 동기 대비 9.5%포인트 줄었다. 두 수장은 최근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는 UHNW(초고액자산가) 특화채널(GWS본부) 신설 등 온·오프라인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증권사 중 ‘DCM·ECM·인수금융·M&A 1위(쿼드러플 크라운)’의 차별적 경쟁력을 활용한 IB 영업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위기일 때 체력(펀더멘털)이 강한 곳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각 증권사들은 점차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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