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파기 후 강경 선회
대중국 인도태평양전략 입안, 주도
"한국서 아베 동정 거의 없어"
"중 민족주의자, 아베 죽음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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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분위기가 전 세계 지도자들과 정부가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추모의 메시지를 내고, 미국·대만·인도·부탄 등이 조기 게양 또는 추모의 날을 지정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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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베 전 총리가 한국과 중국에 대해 강경 정책을 추진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10월 처음 총리에 취임한 후 첫 외국 방문지로 중국과 한국을 방문해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경색된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고(故) 박영하의 팬으로 한국어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이고, 당시 서울에서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이백만 청와대 당시 홍보수석은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아베 총리에 호감이 간다”고 평가했었다.
아베 전 총리의 당시 행보는 2차대전 A급 전범이지만 전후 총리를 지내면서 친(親)한국 입장을 보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노선을 잇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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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는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종군위안부 합의를 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파기하고,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일본 기업에 명령하자 한국에 대해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배제, 반도체 및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냈고,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거절했으며 이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아베 전 총리의 피격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고 한 데 대해 많은 당원들이 비판 글을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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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아베 전 총리는 미국의 대(對)중국 인도·태평양 전략과 그 일환인 미·일·호주·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Quad)의 사실상 입안자다. 그가 주도한 일본·호주·캐나다 등 환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경제적으로 중국을 고립하려는 구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 민족주의자들은 SNS에 아베 전 총리 저격을 지지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여럿 올렸다.
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조인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 발발 85주년 하루 전에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침략에 대해 목숨으로 속죄한 것이라면 적절한 것이라고 했고, 이에 21만명이 ‘좋아요’를 눌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축하하자’는 게시글에는 30분 만에 15만개 이상의 ‘좋아요’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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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공산당 비공식 입’으로 불렸던 후시진(胡錫進) 전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총편집인은 아베 전 총리 피격 후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전 “지금은 정치적 논쟁을 제쳐놓아야 할 때”라고 했고, 진칸룽(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그의 웨이버 팔로워에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한 논평을 자제해야 한다며 “오늘 일어난 일을 비극”이라고 적었다.
진 교수는 중국 공산당 국사(國師)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책사 중 한명으로 꼽히는데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로 강경파다.
이 같은 자제 요청은 중국 정부가 민족주의 정서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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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친구’인 아베 전 총리의 비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믿기지 않는다”며 ‘가장 깊은 애도와 감사’의 표시로 정부 기관과 공립학교에 11일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첫 총리 사임 이후인 2010년 9월 대만에서 차이 당시 민주진보당 주석과 회담하는 등 여러 차례 대만을 방문했고,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이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날 1995년 자민당 의원단 일원으로 대만을 방문한 아베 전 총리가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총통과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대만 주요 인사와의 교류를 되돌아보는 기사를 게재했다.
대만 최고층 빌딩 ‘타이베이(臺北) 101’에는 아베 전 총리가 대만의 영원한 친구라며 사망한 것을 애도하고, 생전 대만에 대한 지지와 우정에 감사한다는 중국어와 ‘고맙다(ありがとう)’라는 일본어 메시지가 레이저로 투사됐다.
◇ WP “아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 잔학성 논쟁, 일본의 한·중 관계 경색 초래”
이 같은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응과 관련,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2차 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등 일본의 잔학성에 관한 논쟁이 일본의 한국·중국과 관계를 오랫동안 경색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WP는 아베 전 총리와 한국의 관계가 중국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며 그가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노동에 사용한 정도를 경시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시사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