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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과 건강

[칼럼] 대통령과 건강

기사승인 2022. 09. 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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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우리나라를 찾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바쁜 일정을 쪼개 조깅을 하던 대통령이 제법 있었다. 1993년 7월 방한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깅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조깅을 했다. 미국 측이 미리 클린턴 대통령의 조깅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전해왔으나 그는 정작 녹지원을 두 바퀴쯤 뛰고는 매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술회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조깅을 통해 건강함을 과시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다음 날인 1979년 6월 30일 새벽 경기도 동두천 미 제2사단 영내에서 장병들과 조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우리 정부 제공 사진을 보면 그는 200여 명의 미군 장병 맨 앞에 서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뛰었다. 시차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텐데 새벽 일찍 건강관리를 위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경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늘 건강해야 무한대로 이어지는 국사(國事)를 잘 돌볼 수 있다. 지도자가 병약하거나 심약하다면 지도자에 대한 나라 안팎의 염려는 무한대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건강한 지도자가 건강한 사고(思考)를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단단한 국가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참모들과 밤을 낮 삼아 정책 검토와 개발에 나선다면 완성도 높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지도자가 건강하지 못해 국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보와 대외 경쟁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교 대통령'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카터 대통령의 예처럼 시차도 불사하고 세계 곳곳을 뛰어다녀야 한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지도자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로 든 미 전직 대통령들과 김 전 대통령은 조깅을 통해 건강함을 유지했다. 잠시도 쉴 사이 없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틈나는 대로 트랙이나 헬스장을 찾는 일은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건강관리에도 온 나라가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재임 기간 트윗을 통해 수시로 세계를 들썩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던 2020년 코로나 확진 판정 후 불과 24시간도 되지 않아 코로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뇌졸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백악관 주치의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힌 이후 그 논란은 잠잠해졌다.

올해로 꼭 80세가 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우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가 잊혀질 만하면 등장한다. 이미 악수를 나눴음에도 다시 손을 내미는 모습, 허공에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외신으로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다. '바이든이 유령 악수를 했다' '(치매가) 점점 더 심해지는 듯' 등의 냉소적 반응이 나온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빵을 좋아하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비쳐지고 있다. 취임 초 용산 대통령실 근처 빵집과 성북동 빵집, 용인의 한 시장 상점 등지에서 빵을 사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공개됐다. 소탈한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면서도 60대의 그에게 지나친 빵과 면 종류 섭취가 자칫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하게 된다. 산책을 즐기는 편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운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접하고 싶다.

우리 대통령의 건강에 관한 사항은 철저히 보안에 가려져 있다. 백악관은 정기적으로, 아니면 현안이 있을 때 주치의를 통해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간단하게나마 공개하는 것 같다. 우리도 매년 대통령의 건강 검진 결과를 간단하게라도 이렇게 밝히면 어떨까. "대통령은 직무 수행에 이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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