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실패 불구 ‘한반도 긴장고조’ 메시지 명확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제공=대통령실

연일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던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비록 정상적인 비행을 하지 못하고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가겠다는 북한의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됐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북한이 더 위협적이고 직접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ICBM은 최고 고도 약 1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로 탐지됐다.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의 분리는 성공했지만 이후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궤적보다 일찍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상 비행에는 실패한 셈이지만 지난 3월 16일 발사 당시 고도 20㎞ 미만의 초기단계에서 폭발한 것에 비하면 진일보 했다는 평가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ICBM의 최고 속도인 마하 15는 지난달 4일 북한이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어 4500㎞를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개량형의 최고 속도 마하 17보다 느리다. 통상 마하 20 전후로 형성되는 ICBM 속도에 못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단 분리 이후 탄두부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 채 날아가다가 계획했던 궤적보다 일찍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ICBM 발사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도 발사했다. 오전 8시 39분쯤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 알섬을 목표로 발사된 SRBM 2발의 비행거리 약 330㎞, 고도 약 70㎞,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다.

SRBM 2발은 개천에서도 발사 장소가 조금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잇달아 북한이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추정된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미 군 당국은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공군은 이날 "최근 지속적인 북한 도발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시작해 오는 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훈련 기간을 언제까지 연장할 지 등 세부 내용은 한미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은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현 안보위기 상황 하에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현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비질런트 스톰은 한국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와 미군의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를 포함해 모두 240여 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일본 이와쿠니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F-35B 스텔스 전투기는 최초로 군산기지에 착륙해 훈련에 참여했으며 호주 공군도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동참해 KC-30A 공중급유기 1대를 투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2일 공개한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이 훈련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비난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