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하락 속도와 후유증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의 경우 불과 6개월 만에 대략 평균 20~30% 정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낙폭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은 23주 동안 연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당 낙폭이 0.34%에 이를 정도다. 이는 2012년 6월 11일(-0.36%)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보다 내년의 부동산 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러한 급락 장세가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전적으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글로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덮치면서 경제가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고 이는 부동산 시장에 치명타가 될 공산이 크다.
그 후유증은 이미 금융시장 주변에 어른거리는 형국이다. 개발사업에 물려있는 112조5000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이 금융시장 발작에 불을 댕기는 시발점이 될 게 분명하다. 이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와 저축은행 중심으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자금연계가 중단되자 통 매물이 나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금융 발작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및 물가 안정 효과가 1년 정도 지나면서 가장 크다고 분석한 결과를 적용한다면 올해보다 내년의 경제환경이 최악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멈추고 3고에서 헤어나오는 시기가 빨라야 내년 3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감안한다면 위기감이 내년 상반기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총체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하락 속도와 낙폭을 줄이면서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절대 중요하다. 지금처럼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소걸음 행진을 계속한다면 결국 시장 경착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급 시나리오만 매만질 때가 아니다. 시장 자체가 망가지면 공급 목표 달성도 어렵고 의미도 없다.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고 주거 취약계층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자칫 게도 구럭도 다 놓칠 판이다.
정부는 우선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최선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긴 겨울에 대비, 부동산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15억원 이상 대출을 풀어주는 정도로 시장은 간단치 않다.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금 경색을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공적 기관의 신뢰와 자금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 주도의 재개발 재건축으로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탄력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급한 불이 꺼진 다음 다시 폭등하는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도심 공급이 우선이다. 산업 보호와 서민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도 재개발과 재건축의 활성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아울러 미분양이 날로 누적되는 침체 장세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청약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극도로 강화된 부동산 세제를 다시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