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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5분의 1이 사막인데”…호주, 건설현장용 모래 부족난에 시름

“국토 5분의 1이 사막인데”…호주, 건설현장용 모래 부족난에 시름

기사승인 2022. 11. 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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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가능한 기존 채굴장 내 모래 고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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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천연자원이지만, 아무도 그 사용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전 국토의 5분의 1이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자원인 모래가 부족해 가격이 2배로 오르는 기현상이 호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ABC)는 21일(현지시간) 호주 남서부의 모래 채굴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모래 공급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주에서 모래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단순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쉽게 모래를 퍼 담았던 남서부 지역의 주요 채굴장에서 모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으로 국토 면적의 18%가 사막이다. 호주의 사막은 서부 고원과 내륙 저지대 전역에 분포한다. 다만 사막의 모래들이 모두 건축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축용 모래는 용도에 따라 엄격한 품질 사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안가 등 채굴이 쉬운 곳에 매장된 모래의 양은 한정돼 있는데, 건설현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채굴장을 새로 개발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채굴과 운송이 쉬워 경제성이 있는 모래는 대부분 초목 아래에 매장돼 있는데, 그 누구도 모래를 얻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채굴장이 멀어지면서 모래 운송비는 급등했다. 채굴장이 몰려 있는 서부 호주의 경우 최근 모래 운송비가 5배 오르면서, 화물차 한 대 기준 운송가격이 한화기준으로 약 23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 자원의 고갈은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모래는 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천연자원이지만, 아무도 그 사용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래는 수십만 년이 걸리는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지며, 재활용도 힘든 소중한 자원이라는 게 UNEP의 주장이다.

UNEP는 전 세계 모래 소비량은 20년 동안 3배 증가해 연간 500억 톤에 이르렀고, 이는 매일 1인당 약 17kg의 모래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모래 사용이 급증하면서 강과 해안, 심지어 작은 섬도 모래 채취로 사라지고 있다고 UNEP는 밝혔다.

특히 무분별한 모래 채취는 동남아시아에서 심각하다고 UNEP는 지적했다. 동남아에서 가장 긴 메콩강에서는 모래 추출로 인해 삼각주가 가라앉았고, 이전에 비옥했던 땅은 염화됐다. 스리랑카에서는 강에서 모래를 퍼가면서 물의 흐름이 역전돼 바닷물이 내륙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해변에서 모래를 퍼가면서 폭풍과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UNEP는 보고서를 통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모래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변의 모래 추출금지와 해양생물 다양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해양 모래 준설에 대한 국제표준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래를 사용하는 대신 콘크리트와 광산 찌꺼기에서 나오는 모래를 재사용해 수요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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