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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회가 더 ‘계획할수록’ 개인의 자유는 더 제약된다

[칼럼] 의회가 더 ‘계획할수록’ 개인의 자유는 더 제약된다

기사승인 2022. 11. 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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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위대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 6장 '계획과 법의 지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자유'란 방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지배'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와 국가의 '계획' 그리고 개인의 '자유'의 연관성을 밝혀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정치인들로부터 소홀하게 취급되던 '자유'의 가치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말 '법의 지배'를 통한 개인의 '자유' 확보를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의회를 포함한 광의의 정부가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입법이나 계획을 자제해야 한다.

자유사회와, 자의적 정부(arbitrary government) 아래에 있는 사회를 확연하게 구별해 주는 것이 바로 자유사회에는 '법의 지배'의 원칙이 준수된다는 사실이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세부사항들을 털어 버리고 나면, 법의 지배란 정부가 모든 행동에서 미리 고정되고 선포된 규칙들에 의해 제약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규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상당한 확실성을 가지고 당국이 주어진 상황들 아래에서 자신의 강제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지식의 기초 위에서 자신의 일들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그런데 의회를 포함해서 정부가 "더 많이 '계획할수록' 개인들로서는 점점 더 계획하기가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계획과 관련된 개인의 자유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의회의 입법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법'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행동들을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안전운임제'를 입법화한다는 것은 비록 야당이 주도하기는 했지만, 국가권력을 통해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을 보장하기 위해' 화주가 정부가 정한 일정한 운임 이상을 반드시 지불하도록 명령하고 이를 어기면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서 처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적용되는 분야를 늘린다는 것은 여러 화물 운송자들과 여러 화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되는 운임 대신 정부가 강제한 운임을 지불하도록 명령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의회의 입법 활동이 왕성할수록 개인의 자유를 확보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제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그 입법 활동이 개인들에게 자의적인 '명령'을 내리는 성격을 지닌 기존의 법률들을 폐기하는 노력에 집중되고 있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가 더 커질 테지만 그런 경우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많지 않다.

흔히 '규제'라고도 불리는 이런 입법들은 그래서 좁은 의미의 정부인 행정부 내부에 '규제개혁위원회'를 둔다고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제대로 '자유'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회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현재의 의회는 개인들의 자유를 지켜주는 기구가 되기보다는 이처럼 입법 권력을 통해 '자유'를 침식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경우에도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00일 동안 법률 개정을 완료한 규제 혁신 과제는 18건이지만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법안은 71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발의가 41건에 달했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30건이나 발의했다는 것이다. 의회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자유' 추구가 실질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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