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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 2년…피와 눈물로 물든 혼돈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 2년…피와 눈물로 물든 혼돈의 미얀마

기사승인 2023. 02. 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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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S-MYANMAR-POLITICS-MILITARY <YONHAP NO-2515> (AFP)
지난 2021년 2월 26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한 시위자들을 진압해 호송하고 있는 미얀마 경찰의 모습./제공=AFP·연합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미얀마 민선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전복된지 2년을 맞았다. 2021년 2월 1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곳곳에서 군부의 탄압과 반군부 세력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극도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 직후 전국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와 군부의 통치를 거부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이 일어나자 군부는 무력으로 이를 탄압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군부의 쿠데타 이후 1만7525명이 정치범으로 체포됐고 1만 3718명이 여전히 구금 상태다. 사망자는 2901명에 달한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시민방위군(PDF)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미얀마 곳곳에서 군부와 무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군부의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도 늘고 있다.

쿠데타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국기업의 철수가 이어졌고 군정의 경제 정책 실패까지 더해지며 민생의 어려움도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얀마의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약 40%인 2200만명까지 늘어났다. 국제사회가 군부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사이 군부는 입맛에 맞는 선거법을 제정해 장기 집권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큰 침묵의 목소리로 독재자 흔들자" 뒤숭숭한 현지

미얀마 총파업조정기구(GSCB)는 지난 27일부터 미얀마 시민들에게 1일 벌일 침묵의 파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통치로 미얀마 시민들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군부에 맞서 가게와 회사의 문을 닫고 거리에 나가지 않는 '침묵의 파업'으로 불만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GSCB는 "테러리스트 군부 정권의 잔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들이 백방으로 투쟁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고 군부가 계획하고 있는 불법선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침묵의 파업을 벌이는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시민들에게도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실내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2월 1일과 3월 24일에도 침묵의 시위가 벌어져 최대 도시인 양곤의 거리가 텅 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가재도구 내다팔고 신장까지 파는 시민들

군부 쿠데타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며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양곤 시민 A씨는 31일 본지에 "쌀부터 기름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쌀은 2배 넘게 올랐고 살인적 물가에 정전까지 더 빈번해지면서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재도구를 내다 팔기도 하고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다들 난리다. 군부가 쿠데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 일당으로 2만짯(약 9500원)을 준다는데 그런 곳에라도 나가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지난 18일 미얀마 가난과 빚을 해결하기 위해 신장을 팔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신 4개월째인 한 여성은 "14만 짯(약 6만2000원)의 월급으로는 빚을 갚을 수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도 없을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해 신장 밀매를 신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미얀마 경제는 쿠데타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 가까이 위축됐다. 세계은행(WB)은 "군부가 지난 10년간 진행된 경제 개방 노선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며 경제 불황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경제적 혼란이 가중되며 미얀마에선 아편 생산과 유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입맛대로 판 짜는 군부, 국제사회 대응 달라질까

군부는 올해 치러질 예정인 총선을 앞두고 새 선거법을 제정하며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있다. 군부가 테러리스트라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의 출마는 금지되고, 정당의 당원수와 개설 사무소 수 등의 규정으로 군부측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판을 짜고 있다. 민주진영과 국제사회는 모두 "가짜 선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과 민주진영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지난해 12월에야 겨우 미얀마 군부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유엔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응은 여전히 원론적이고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인도네시아가 그간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일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올해 아세안 기치를 선포하며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촉구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군부 쿠데타 직후 아세안 정상들이 결의한 5대 합의사항은 △폭력 즉각 중단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중재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대표단 방문 및 모든 당사자 면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의견이 다른) 회원국들이 미얀마 이슈를 인질로 잡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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