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호르무즈 틀어쥔 이란 vs 뚫기 나선 미군… 유가 119달러, 글로벌 에너지 ‘초비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20010006261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20. 22:57

미군, 7000곳 타격… 하르그섬 점령·해상 차단 카드까지 검토
이스라엘은 수뇌부 제거, 이란은 걸프 정유시설 보복
하루 1200만배럴 막힌 호르무즈
이란, 통행료·선별 통과로 '에너지 인질화'
호르무즈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든 20일(현지시간) 미국은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 제거와 군사 시설 타격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이란은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의 정유시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무기화된 해협 통제로 하루 약 12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 흐름이 격감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은 뒤 11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경제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 이스라엘 '지도부 제거' vs 이란 '에너지 보복'…전면 충돌 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하르그섬을 점령하거나 해상에서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의 봉쇄를 검토 중이라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하르그섬 점령이나 해안 침공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미 하르그섬 내 수십 개 군사 목표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고, 신속 대응 부대인 해병대 병력 약 2200명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 시설과 고위 지도부에 대한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테헤란의 정부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고, 이란 국영TV는 혁명수비대(IRGC) 대외홍보 담당 부책임자인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행동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가스전 공격 이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에 맞서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는 미나 알아마디 정유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일부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예방적 조치로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루 총 34만6000배럴의 처리 능력을 가진 이 시설에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서로 다른 목표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으로 더 강한 위치에 서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시장 충격과 걸프 동맹국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도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란 전문가 카림 사자드푸르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강경 권위주의 체제의 저항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이란판 김정은'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Trump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
◇ 미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 본격화…7000개 표적 타격·해군 전력 무력화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군사 작전 '에픽 퓨리(Epic Fury)'를 본격화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에서 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목표가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며 미사일과 발사대, 이란의 방위산업 기반, 해군을 파괴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현재까지 이란 전역의 군사 인프라를 포함해 7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해군의 수상 전력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며 120척이 넘는 함정을 손상시키거나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공중 방어망은 붕괴됐고, 탄도미사일과 자폭형 무인기 공격은 전쟁 발발 이후 90%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르그섬에서는 군사 전용 인프라만 타격했다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위협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A-10 공격기가 호르무즈 해협의 고속 공격정을 겨냥한 작전에 투입됐고, AH-64 아파치도 남부 전선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동맹국도 아파치를 이용해 자폭형 공격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인 의장은 미군이 해안 방어용 순항미사일과 지원 장비가 저장된 지하 저장시설에 5000파운드 관통 무기를 투하했고, 기뢰 저장시설과 해군 탄약고, 기뢰부설선 44척을 포함한 해상 자산을 계속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 하르그섬에서는 방공망·해군 기지·기뢰 저장·배치 시설 등 군사 전용 인프라를 포함한 90여개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런 공세가 이란의 무장 보트·기뢰·순항미사일이 제기하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다단계 계획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위협 제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란의 군사 자산망을 정리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파르진 나디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여전히 대량의 기뢰와 트럭 탑재 순항미사일, 숨겨진 시설에 배치된 수백 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코넬 해군분석센터(CNA) 분석관은 선박 통행을 재개할 수준까지 위협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리며,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PA ARCHIVE: PERSIAN GULF CONFLICT
컨테이너선들이 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해 있다./EPA·연합
◇ 95% 급감한 통항량…해협 '완전 봉쇄 대신 통제'…이란의 선택적 통과·통행료 전략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는 대신 극소수 선박만 통과시키며 통행료(tolls)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영국 BBC 베리파이(Verify)는 해운 분석회사 케이플러(Kpler) 자료를 인용, 3월 들어 이 해협을 지난 선박은 99척에 그쳤고, 하루 평균 5~6척 수준으로 전쟁 전 하루 평균 138척보다 95% 급감했다. 일부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란 해안 인근이나 라라크섬을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주 최소 8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에는 이란 유조선과 인도·파키스탄·그리스 선적 선박이 포함됐다. FT는 해운업계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이란이 자국과 거래하거나 관계가 가까운 일부 선박의 통과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T는 이란이 중국 등 특정 국가 선박의 통과를 허용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톰 샤프 영국 퇴역 해군 사령관은 중국이 이란 원유의 주요 구매자라는 점을 근거로, 이란이 중국 선박의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막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에너지 수요 국가들과의 거래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는 이런 전략이 에너지 의존 국가들을 이란과의 협력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대니 시트리노비치 애틀랜틱카운슬 스코크로프트 중동안보이니셔티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걸프 지역의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국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강압적 상호의존관계를 만든다"고 진단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원유 흐름 복구에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