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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불화’ 남원 선원사서 첫 발견...“불교계 독립운동 증거”

‘태극기 불화’ 남원 선원사서 첫 발견...“불교계 독립운동 증거”

기사승인 2023. 02. 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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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시대 태극기가 불화 속에 그려진 유일한 작품
"불교계 독립운동가 진응스님 의도 불화에 반영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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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선원사 명부전 지장시왕도에 있는 변성대왕의 관모에 그려진 태극기. 1917년 당시 우표의 태극기와 같은 괘 모양을 지녔다. 당대 태극기를 본떠서 불화 제작 당시에 그려넣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태극기가 그려진 불화(佛畵)가 전라북도 남원 선원사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특히 해당 작품은 일제 강점기인 1917년 제작된 것으로, 독립운동가이자 당대 고승이었던 진응스님이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미뤄볼 때 불교계의 항일 독립운동 정신이 담긴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종 선원사 주지 운문스님은 선원사 명부전 내부에 모셔진 지장시왕도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전형적인 형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태극기 전문가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전문위원에 따르면 불화에서 태극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위원은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이자 당대 최고의 스님이었던 진응스님(당시 선원사 증명, 화엄사 주지)의 증명으로 그렸다는 것을 화기(불화의 제작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독립운동사에 있어 커다란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태극기 그림은 선원사 주지 운문(雲門) 스님이 최근 명부전에서 기도하던 중 명부전에 걸린 지장시왕도 괘불탱화를 자세히 보면서 발견됐다.

태극기는 지옥을 관장하는 10대왕 가운데 제6대왕인 변성대왕 관모에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가로×세로, 8.5×3cm)로 그려져 있으며 태극의 지름은 2.2cm이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뇌녹색으로 채색됐으며, 양 태극을 백색이 둘러싸고, 위쪽에 건괘와 리괘, 아래쪽에 곤괘와 감괘를 배치했다.

운문스님은 지장시왕도 하단의 화기에 태극기가 제작된 것은 1917년(대정 6년) 11월 5일에서 17일이며, 당시 주지 기선스님이 당대 최고의 학승이자 화엄사 주지 진응스님에게 괘불탱화 제작 전 과정을 증명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명확하게 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십대명왕중 변성대왕의 관모에 태극기를 그려 넣음으로써 총칼로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일제가 결국 총칼로 망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운문스님은 말했다. 변성대왕은 칼산으로 된 도산지옥 등을 관장하며 칼로써 악을 행한 자들을 처벌한다. 이 때문에 칼로써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일제도 결국 칼로써 망해야 한다는 서원의 표시라고 스님은 판단했다.

또한 송 전 위원은 태극기가 1910년대 이후 사용된 독립운동시대 태극기 문양과 같다며 태극기가 오늘날 형태로 정착되기 전 단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는 1911년에 칙령 19호를 공포해 태극기를 말살하고 대신 일장기를 걸도록 했다. 이 같은 점에서 지장시왕도 태극기는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서원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송 전 위원은 "시왕도 아래에 당시 호남불교를 대표하는 진응스님이 제작과정을 증명한 기록이 남아있는 점에서도 독립운동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진응스님은 만해 한용운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벌인 사실이 독립운동사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송 전 위원은 태극기 제작기법과 건리, 감곤 배치 등의 양식은 독립운동기와 해방 후미 군정기에도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선원사 시왕도 태극기도 같은 형태라고 분석했다. 송 전 위원은 조사 결과 태극기가 이후에 덧붙여서 그린게 아니라 당대 그려진 것으로 봤을때 일제의 검열을 피해 몰래 그렸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선원사는 이러한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문화재 당국에 태극기 발견을 신고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국가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원사는 제104주년 3.1절을 앞두고 자주독립의 상징인 태극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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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호 전 위원이 가져온 자료 사진으로, 1911년 이후 일장기가 걸려있는 사찰 모습. 당시에는 태극기가 아닌 오직 일장기만 내걸 수 있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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