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군 무인비행기(드론)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하면서 미·러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은 상대방의 책임을 지적하며 날선 경고를 주고 받았다. 다만 양국은 공방 속에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언급하며 더 이상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15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일어난 충돌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실수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러시아의 공격이 고의적이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은 어디든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서의 드론 운용이 적법한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전날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2대가 흑해 상공에서 감시 임무를 하던 미군 드론 MQ-9 리퍼를 위협하며 충돌해 드론이 추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충돌은 없었고 미 드론이 조종력을 상실해 추락했다는 입장으로 책임을 다시 한 번 미국에 돌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양국 관계가 아마도 최저점, 매우 나쁜 상태"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미 국무부에 초치됐던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 측에 "누구도 러시아 해역을 침범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러시아군을 상대로 제기된 모든 비난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정한 특수군사작전 공역의 경계를 미국 드론이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양국 국방장관은 약 5개월 만에 직접 전화통화를 하며 긴장 상황을 관리하기도 했다. 통화와 관련해 오스틴 장관은 "열강은 투명성과 소통에 있어 귀감이 돼야 한다"고 밝혔고, 러시아 측도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이 오스틴 장관의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확인했다.
한편 러시아가 드론의 잔해를 회수할 경우 미군의 중요 정보가 러시아 측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민감한 소프트웨어를 이미 삭제했다고 밝혔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잔해를 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