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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떼일까 빌라 안찾아… 보증보험 말해도 손사래”

“전세금 떼일까 빌라 안찾아… 보증보험 말해도 손사래”

기사승인 2023. 03.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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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거래 끊긴 화곡동 빌라촌
싼 임대료에 수요 꾸준했지만
이자 부담·전세사기 이슈 탓에 거래 실종
"보증금 2억 떨어졌지만 문의 없어"… 중개업소 '개점휴업'
매매 등 거래 빙하기 서울 전역으로 확산
강서구 화곡동 빌라 전세 거래량 추이 등
"요즘에는 빌라 전세를 찾는 손님이 아예 없어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확실한 전세 물건을 소개해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치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뜩이나 거래량이 씨가 말랐는데 전세사기의 온상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죽을 맛입니다."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진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화곡동 일대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인 '빌라 밀집촌'이다. 서울치곤 그나마 싼 값에 셋집을 구할 수 있어 임차 수요가 꾸준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전세사기 이슈까지 부각되면서 일대 전세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강서구 화곡동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316건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8년(221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찾은 10여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공인중개사들은 기자를 보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라며 음료수를 내어주는 등 반가운 기색을 보이기 일쑤였다.

화곡동 K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 2개짜리 신축 빌라의 전세보증금이 4억원대에 형성됐는데, 요즘은 2억~3억원으로 떨어졌다"면서도 "시세가 내렸는데도 전세 물건이 50개 넘을 정도로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근 D공인 대표는 "빌라 거래는 주로 전세 계약이 많았는데, 최근 아파트 전셋값마저 많이 떨어지다 보니 굳이 빌라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서울지역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도로를 따라 빌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전원준 기자
전세뿐만 아니라 빌라 매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화곡동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지역 빌라 매매 거래량은 1283건으로, 2013년 1월(911건)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올해 들어 대출·청약 등 부동산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아파트 구매 '허들'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환금성이 낮고 가격 방어도 쉽지 않은 빌라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또 '깡통 전세'나 전세사기 우려로 임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다.

빌라를 처분하려는 집주인은 많은데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으면서 시장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치(82.3)를 밑돌았다. 특히 빌라 밀집지역인 강서구가 속한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구)은 74.2로 전국에서 세번째로 낮았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이 수치보다 낮으면 빌라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빌라가 불신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면서 이미지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아파트 구매 '허들'까지 낮아지자 그나마 있는 주택 수요가 아파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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