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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는데… ‘빙하기’ 닥친 빌라시장

봄은 왔는데… ‘빙하기’ 닥친 빌라시장

기사승인 2023. 03. 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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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끊기고 가격 하락세 뚜렷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후 빌라 기피 현상 심화
아파트 규제 완화에 수요 뺏겨
빌라 전세시장마저 위축
전문가 "서민 주거비 부담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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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거래는 끊기고 가격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는 외중에 아파트 규제까지 풀리자 수요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30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지역 빌라 거래량은 930건으로 지난달(1571건)보다 41% 줄었다. 전년 동월(3206건)과 비교하면 무려 71% 급감했다. 빌라 매매 거래는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건 발생 후인 11월 1165건을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빌라 매매가격은 0.47% 떨어져 전월(-0.58%) 대비 낙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2억원 넘게 하락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가격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빌라 시장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 활황기에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빌라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렸다. 2020~2021년 월별 기준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정부가 아파트 대출·청약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금성이 낮고 가격 상승 탄력성도 크지 않은 빌라보다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많아진 것이다. 영등포구 당산동 M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규제가 심할 땐 틈새를 찾아 빌라로 수요가 몰렸지만 올해 초 '1·3 부동산 대책' 이후엔 매수 문의가 뜸해졌다"고 전했다. 정부는 1·3 대책을 통해 대출·세제·청약·전매 제한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풀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폐지하고, 취득세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빌라왕 전세사기가 실수요자들의 빌라 기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분석도 많다. 이날 기준 서울지역 빌라 전세 거래는 3506건으로 지난달 5122건에 비해 32% 떨어졌다. 전년 동월(7804건)에 비해서는 56% 줄었다. 빌라 전세 거래 역시 빌라왕 사건이 발생 한 후인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이나 서민들이 비싼 아파트 대신 선호했던 빌라가 최근 주택 수요자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며 "월세 위주로 아파트 임대차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빌라 전세시장마저 쪼그라들 경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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