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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복수의결권제, 유니콘·데카콘 기업 촉진제

[전삼현 칼럼] 복수의결권제, 유니콘·데카콘 기업 촉진제

기사승인 2023. 05.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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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밥학과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국회가 지난달 27일 비상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부의 편법적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으며, 향후 모든 상장 기업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법개정으로 발전할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결권 제도의 도입은 국내자본시장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법개정이다.

복수의결권 문제는 이미 IMF 외환 위기 당시부터 심각하게 논의된 바 있었다. 당시 기업가치가 크게 저평가된 국내 우량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들로부터 심각한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다. 그 이후에도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상이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온 정치인들에 의해 복수의결권제 도입은 번번히 실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허용하는데 결정적인 분위기 전환을 가져온 것은 바로 2021년 3월에 있었던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사건이었다. 당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국내가 아닌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유로 복수의결권 제도를 든 바 있다.

상장 전 김 의장의 쿠팡 지분과 의결권은 10.2%에 불과했다. 그러나 뉴욕증시 상장 후에는 지분은 10.2%로 그대로 였지만 의결권은 76.7%로 증가했다. 즉, 김의장 소유의 지분에는 29배의 의결권이 부여된 것이다. 도입 반대론자 입장에서는 김 의장의 상속인들도 그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이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 한 기업의 주가는 현재의 이익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즉, 김 의장의 상속인이 자본시장에 그보다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는 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결국, 복수의결권은 시장의 신뢰를 받는 창업자에게만 유용한 제도이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는 매우 낮다.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비상장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창업자는 투자를 받으면서 본인의 지분이 3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그의 주식에 대해서는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기재해야 한다. 상법 제369조 제1항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를 "의결권은 1주마다 10개로 할 수 있다"라는 예외 규정으로 정관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창업자가 투자자들로부터 그에게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해도 손해날 것이 없다는 강력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자본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상장기업에도 이것이 허용되는 경우 부의 편법적 세습이 전염병처럼 번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 상장기업들이 복수의결권제도를 이용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은 그 취지대로 창업자의 경영권이 불안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시행해온 미국에서 유니콘·데카콘 기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더 많은 유니콘·데카콘 기업이 탄생하고 더 나아가 헥토콘 기업도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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