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CVC 펀드 외부자금 비율 40% 제한 완화해야”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 전년比 60.3%↓
"CVC 규제, 펀드조성 무산 사례 발생"
"위기의 벤처 투자, 규제 완화로 돌파"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올해 1분기 기준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한 만큼, 이같은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펀드 조성시 외부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벤처투자 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 CVC 자금조달 및 투자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로, 통상 CVC는 동일그룹 내 계열사, 그룹 외부출자자의 펀딩을 받아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벤처 신규 투자금액은 881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2조2214억원) 대비 60.3%나 급감했다. 2022년 누적 투자 금액 또한 전년 대비 11.9% 감소한 6조 7640억 원으로 벤처시장의 투자 경색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12월 30일 공정거래법이 개정·시행됐으나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비지주회사 그룹의 CVC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전경련 측은 언급했다. CVC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대표적 규제로는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외부자금 비중을 40%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외부자금 출자 한도 최대 40%' 규제로 인해 펀드 조성이 무산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50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운용(Co-General Partner, Co-GP)을 검토했으나 규제로 인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Co-GP는 중소형 VC들이 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양사간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계약 관계로 구성하며, GP 1개 당 펀드 운용 수익은 줄어드나 투자금 회수 리스크를 분담하는 장점이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일반지주회사 CVC는 모기업 차원의 장기적·전략적 투자 측면이 강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행 규제상 총자산의 20% 범위 내에서만 해외투자가 허용돼 다양한 투자안 검토에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 레전드캐피탈의 설립형태 및 펀드구조./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그러나 해외의 경우 일반지주회사 CVC의 설립 방식과 펀드 조성상 특별한 규제가 없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중국 레전드 홀딩스의 자회사인 레전드캐피탈(CVC)이 2011년에 결성한 'RMB Fund Ⅱ'에는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와 에너지 회사인 '시안 샨구파워' 등 다양한 외부기관이 자금을 출자했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자산운용사가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벤처투자법에 따른 벤처투자조합을 공동운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금융업의 분류가 상이한 2개사가 벤처펀드를 공동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했는데, 최근 위축된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라며 "이러한 금융권 규제완화 조치에도 일반지주회사 CVC는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조합 공동운용시 운용주체가 50%씩 출자하는 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인데, 일반지주회사 CVC는 외부투자자가 40%까지만 출자가 가능해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CVC의 설립과 운영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 "CVC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함으로써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CVC 운영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국내 일반지주회사 CVC 설립 현황./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