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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영랑사 주지 상준스님 “불교 고리타분하다는 건 편견”

당진 영랑사 주지 상준스님 “불교 고리타분하다는 건 편견”

기사승인 2023. 06.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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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게 불교 가르침"
포교 위해 유튜브 등 다양한 매개체 활용
원각경 소의경전 삼아...공부하는 신행 강조
영랑사 상준스님1
충남 당진 영랑사 주지 상준스님이 대웅전 앞에서 영랑사의 창건 설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준스님은 대중이 편하게 오가는 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당진=황의중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영랑사는 충남 당진에 자리잡은 작은 절이다. 이곳의 주지인 상준스님은 정묵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2006년 직지사에서 성수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수덕사승가대학과 동국대를 졸업하고 총무원 홍보국장·기획국장을 역임했다. 최근 당진 영랑사에서 만난 그는 편안한 미소를 지녔다. 인터뷰 동안 털어놓은 포교와 관련한 생각에서 불교를 알리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맞춤형 포교'였다. 불자(불교 신자)를 위해서 유튜브 원각경 강의를 하고 지역민을 위해선 산사음악회를 연다고 했다. 스님은 잘 모를 때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나면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가르침이 불교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불자일수록 불법을 배우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상준스님과 나눈 대화다.

-영랑사는 어떤 절인가.

"영랑사는 당진에서 제일 먼저 창건된 사찰이자 제일 오래된 사찰이다. 영랑사 창건 설화의 공통점은 원효스님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원효스님께서 의상스님과 당나라 유학을 결심하고 당나라로 향하는 여정 중에 해골 물을 마신 일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영랑사는 이 일을 기리고자 창건됐다는 것이다. 큰 절이 아니다 보니 자랑할 만한 특별한 것은 없다. 대신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느낌이 편안한 곳이다. 어디든 앉아 있으면 고요해진다. 이러한 점을 좋게 보시는 분들이 템플스테이 등을 하러 온다."

-영랑사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걸로 아는데 오신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영랑사의 체험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유명한 것은 아니다. 현재 80% 이상이 휴식형 참가자로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이다. 바쁜 사회에 지친 젊은 층을 생각하면 사찰 체험조차 버겁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있다. 쉬고 싶은 만큼 쉬어 보라고 말이다. 쉬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번잡하게 지내왔는 지 알게 된다. 흙탕물이 가라앉은 후에야 비로소 호수의 바닥이 보인다. 그렇게 충분히 쉰 사람들 가운데 사찰에서 수행체험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때 간단한 차담을 통해 '불교는 이렇습니다'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절과 불교에 대해 설명한다. 일단 사회인들이 편하게 절을 접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산사음악회에 관심이 큰 걸로 안다. 이유가 있는가.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했던 공연은 산사음악회라기보다 작은 연주회였다. 부처님오신날 기간 사찰을 찾아 준 분들과 사찰 신도들을 위한 일종의 '작은 선물'이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당진시의 도움을 받아 산사음악회를 개최했다. 올해도 9월 16일에 열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지금의 사람들에겐 불교가 다소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한참 꾸미고 뽐내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교 안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활발한 생동감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생동감의 요소를 젊은 세대에게 알리는 데 산사음악회가 제격이라고 느껴졌다."

-지난 3월에는 보살계 수계법회를 봉행하셨는데 보살계 수계의 가치를 설명해달라.

"한국 불교는 대승불교다. 대승이라는 것은 개인의 해탈에 만족하는 것(소승)을 뛰어넘어 부처님과 동일한 깨달음을 성취하고자하는 일종의 '불교 개혁'이다. 대승 운동의 실천자가 바로 보살이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중 다수는 절에 다니는 나이 든 여자를 보살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괴로워하는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해 부처님 경지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들이 보살이다. 이는 위대한 사상이고 위대한 개념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위대한 정신과 사상이 불교 내에서 많이 희미해졌다. 대승에서는 오직 보살만이 부처님과 동일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보살은 일체중생을 위한 자비심에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원대한 마음이 바탕이 돼야 보다 큰 과보가 얻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대승불교를 실천하는 조계종의 불자님들은 반드시 보살계를 수지해야 한다. 대승불교에서 하는 염불·기도·보시·참선 등 일련의 모든 수행은 부처님과 동일한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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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주지 상준스님./당진=황의중 기자
-유튜브로 원각경 강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여러 경전 중 왜 원각경인가.

"원각경은 보조국사 지눌은 물론 근현대 고승이신 탄허스님도 중요하게 본 경전이다. 출가하고 처음으로 출가하기를 잘했다고 느낀 게 바로 원각경을 배우고 나서다. 저절로 신심이 났다. 원각경을 내 소의 경전(신행과 교리의 근본이 되는 경전)으로 삼고 평생의 도반으로 삼으려고 한다. 불교의 신심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다. 지혜를 바탕으로 바르게 알고 볼 때 비로소 바른 믿음이 형성된다. '지혜 없는 믿음은 맹신으로 흐르고, 믿음 없는 지혜는 공허함을 남긴다'고 원각경을 가르쳐주신 스승 원과스님께 배웠다. 지혜를 통한 바른 수행이 실천될 때 진짜 불교의 가치를 알게 된다."

-승려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학적으로나 수행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배우고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결국은 출가와 재가를 떠나 불교의 최종의 목적은 일체중생을 위해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이다. 불문(佛門)에서는 모든 존재가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즉 불성이 있고 나아가 모든 존재가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마주치는 존재를 소중하게 대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불교는 스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진정 부처님의 가르침이 소중한 줄 안다면 스님들뿐만 아니라 재가자들도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불교의 진정한 가치는 오랜 문화재가 아닌 그 문화재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에 있다. 제가 유튜브를 통해서 경전 강의를 하는 이유도 한 분이라도 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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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영랑사 전경./당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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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소개하는 상준스님. 영랑사는 일요일에 누구에게나 국수를 대접한다./당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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