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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칼럼] 이념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이념 논쟁들

[최광 칼럼] 이념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이념 논쟁들

기사승인 2023. 06.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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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 현대사의 고통과 혼란의 배경은 현재도 진행형인 이념투쟁

 광복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가 두 나라로 분단된 것, 우리 민족이 치른 가장 참혹한 6·25 전쟁이 발발한 것, 민족민중주의를 내세우는 종북 주사파 세력에 의해 작금 대한민국의 파괴가 시도된 것 등 우리 현대사에 얼룩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온갖 혼란의 배경에는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우파 이념과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좌파 이념 간의 이념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건국을 하는 과정에서 좌와 우의 이념 대립으로 나라 자체가 분단되는 사태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념 전쟁의 소용돌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념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무지막지한 현상이 생기는가? 우리 모두가 이념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념논쟁을 잘못하기에 그리고 잘못된 이념을 신봉하는 데서 대부분의 문제가 초래되었다. 
 우리에게는 자체적으로 진화해 온 이념 개념이 없다. 조선왕조를 거쳐 일제 식민지배 후 서구의 근대 시민사회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립 속에서 대한민국이 탄생되었다. 미국은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이후 2000년도 더 지나 탄생한 인류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소련은 1848년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후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탄생한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이다. 미국과 소련의 알력 속에 탄생한 두 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두 강대국의 이념 즉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를 각기 부지불식간에 수용했다.



 
 ◇공산주의 사상은 일제강점기부터 수용됐지만 자유주의는 늦게 들어와

 문제는 대한민국의 경우 공산주의 사상은 일찍이 일본 식민 시대부터 들어와 널리 수용되었던 반면 자유주의는 건국과 더불어 늦게 수용되고 건국 후 75년이 지났음에도 현재 자유주의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제강점기 글깨나 읽는 모든 지식인은 좌파이념에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6년 7월 미군정이 실시한 '한국 통치 구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사회주의 70%, 공산주의 10%, 자본주의 13%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선호했다. 공산혁명 후 독재국가 소련이 욱일승천함에 따라 1989년에 멸망할 때까지 전 세계의 지성이 공산주의 좌파 이념의 종주국인 소련을 높이 평가하는 지경에 이른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소련에 매우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는데 사실 그의 뉴딜정책과 노동정책은 반(反)시장 반기업의 좌파정책이 핵심이었다.



 
 ◇이념에 대한 논의, 무엇이 잘못됐나

 지금까지의 서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념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념에 대한 논의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이념에 대한 용어부터 짚어보자. 우리나라엔 보수와 진보 두 이념이 있으면서 서로 대립되는 양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잘못된 인식이다. 대립되는 두 이념은 우파와 좌파이고 각기에 여러 갈래와 명칭의 이념들이 있다. 우파이념에는 보수주의, 고전적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 등이 대표적 이념이며 사회주의, 공산주의, 공동체주의, 현대적 자유주의, 민주 사회주의 등이 좌파 이념을 대표한다. 



 
 ◇종북주사파의 언어적 장난, '빨갱이' '좌파' 대신 '진보'라 자칭

 종북 주사파 세력들이 교묘하게 언어적 장난을 쳤다. 자신들의 이념을 좌파 또는 사회주의로 표방해야 하는데 6·25 전쟁을 거치면서 '빨갱이' '좌파'가 금기어로 됨에 따라 민주화 욕구를 배경으로 분배개선·부패척결·민족·통일과 같은 기치를 내세우며 스스로를 '진보'라 지칭하며 학술적 족보에 없는 진보주의를 내세워 우파의 보수주의와 대칭시키면서 보수를 수구꼴통으로 매도·비하하기 시작했다. 한국 좌파가 사회주의 대신 진보주의로 표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진보를 퇴보의 반대로 이해하다 보니 보수보다 진보를 선호하고 좌파를 지지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념에 중도가 있다는 믿음은 두 다른 신을 동시에 믿는 것과 같은 오류

 이념에 중도(中道)가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다. 참으로 잘못된 믿음이다. 이념에는 결코 중도가 있을 수 없다. 두 다른 신을 동시에 숭배할 수 있는가? 서로 다른 이념을 동시에 수용하는 것은 한 개인이 불교와 기독교를 동시에 믿는 것과 같다. 만약 한 사람이 기독교와 불교를 동시에 믿는 경우 그는 사이비이고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배척받을 것이다. 같은 한 사람이 한 시점에서 우파인 동시에 좌파가 될 수는 없다.
 



 ◇편 가르기와 상대방 제압 수단으로 이념논쟁이 공허하게 진행

 우파 대 좌파 진영 간의 이념적 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있어 왔으나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우파와 좌파 사이의 이념적 대립은 그 정도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념이란 말만 들어도 설레발을 친다. 외형상으로는 논쟁이 매우 뜨거운 것 같으나 실제로는 정치적 개인적 동기에서 수사적(修辭的)으로 이념을 이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지 그리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없이 편 가르기나 상대방을 비난하고 제압하는 수단으로 이념논쟁이 공허하게 진행되고 있다.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 

 공허한 이념 논쟁 결과 적어도 언론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회자되는 글귀가 하나 있는데 바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라는 말이다. 진보 세력이 너무 막무가내식이니 좀 합리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할 수 있고, 수구꼴통적인 보수를 보다 못해 좀 개혁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반영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라는 말은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보수도 진보도 모두 '개혁적'이고 '합리적'이어야지 '개혁적' 그리고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특정 이념의 전유물이 될 수 있는가? 역사를 반추해 보면 개혁적 지도자는 대부분 우파의 지도자들이었다. 제퍼슨, 링컨, 레이건 등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수상 등은 당대 대단한 개혁의 선봉에 섰던 우파 지도자였다.
 



 ◇권력획득 수단으로만 취급된 정당, 이념 결사체로 재탄생해야

 정치는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하는 것이고 정당은 이념의 결사체이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념을 분명히 표방하지 않기 일쑤이고, 자신이 표방한 이념에 배치되는 개별 정책을 다반사로 내뱉는 점이다. 정치가는 공인이기에 자신의 이념을 분명히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온갖 좌파적 정책을 내놓으면서 우파라고 자처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등과 분배적 시혜정책을 강조하는 좌파가 시장경제의 신봉자라고 외치는 것은 모순의 극치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당과 비교할 때 우리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이 이념의 결사체인데 이념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당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그 결과 패거리들의 끝없는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민의를 대변하고 수렴하는 정당들이 그 정체성이 모호하고 각기 추구하는 이념의 본원적 중요성과 그 실천적 방법을 인식하고 천명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치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정당이 이념 결사체로 다시 탄생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정당은 해산되어야 한다.  
 



 ◇공상적·과학적 사회주의 모두 '진보'는커녕 참담한 '퇴보'

 우파 좌파 이념 중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린가? 두 이념 중 어느 것이 더 훌륭하고 어느 것이 덜 훌륭한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불완전하나 역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역사는 좌파의 공상적 사회주의 그리고 과학적 사회주의 모두 실패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성적 측면에서 보면 좌파의 주장이 우파의 주장보다 훨씬 더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부국안민의 길을 놓고는 우파의 정책은 성공한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으나, 좌파의 정책은 성공한 적이 없고 늘 실패의 연속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3대 경제 기적인 독일 라인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 아일랜드의 기적 모두 우파 이념에 기반한 우파 지도자들의 작품이었다.
 



 ◇남미 좌파집권국가, 유럽 좌파정당 모두 경제 거덜 냈다

 좌파들이 주창했던 역사적 '진보'는 어떻게 되었는가? 20세기 최대의 역사적 사건은 그 세기 초반에 공산주의가 등장하였다가 그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진보는커녕 '퇴보'의 극단적 형태인 해체·소멸의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소련, 중국, 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남미의 좌파 집권 국가들의 경제가 거덜난 것과 더불어 유럽 선진국에서도 영국병,  독일병, 스웨덴병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경제가 큰 병을 앓은 적이 있는데 이 모두 좌파 정당들의 잘못된 좌파 이념 때문이었다. 좌파 세력들이 주창하는 "더불어 잘 사는" 유토피아는 관념적으로 훌륭할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재앙만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에서의 교훈이다.
 



 ◇우파는 자유, 좌파는 평등

 우파는 주체든 객체든 개인을 강조하고 중시하기에 자유가 중심개념인 반면 좌파는 주체든 객체든 집단이나 공동체를 강조하기에 중심개념이 평등이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정책이야말로 유일한 진보정책이다. 화려한 교언영색으로 치장한 좌파의 주장들이 귀에 솔깃하나, 모두 인간의 본성에 반하고 인간을 타락시켰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좌파 공산주의 국가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독재국가 되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 사실에서, 좌우 이념 전쟁은 우파의 승리로 종결된 지 오래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이념 논쟁은 계속될 것이나 국민들이 자유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면 좌파 이념은 점차 빛을 바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은 이념전쟁 승리

 1930년대 소련이 욱일승천하고 세계의 지성이 좌파 이념을 숭앙할 때 하이에크 교수는 소련의 멸망을 예언했다. 그로 인해 그는 학계에서 매장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그는 그의 예언이 실행되는 것을 보고 타계했다. 오늘의 한국을 보면 우파 정권이 유지되기는커녕 곧 무너질 것 같고 우파 이념이 주류이념이 되는 것이 요원해 보인다. 전통 사회주의나 주체사상과 같은 강성 좌파 이념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고, 사회민주주의 같은 온건한 좌파 이념만 살아남아 자유주의와 같은 우파 이념과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이념 전쟁에서의 승리, 즉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확실히 이루어 좌파로 기운 운동장을 우파로 기울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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