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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게브리오 EU ‘자진철회’…코로나 치료제 한국·일본에 기회올까(?)

라게브리오 EU ‘자진철회’…코로나 치료제 한국·일본에 기회올까(?)

기사승인 2023. 06.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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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효능 불구 병용금기약물 1종 불과해 팍스로비드 대체
국내 팍스로비드 처방률 낮아…라게브리오 퇴출시 타격 커
일본 시노오기 '조코바'·한국 현대바이오 '제프티' 경쟁 구도
[보도자료 이미지] 코로나19 참고 이미지
/코로나바이러스
미국 머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가 유럽연합(EU) 코로나19 의약품 허가 신청을 28일(현지시간) 자진철회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다른 지역의 코로나 치료제 시장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은 EU에 국한된 일이지만 라게브리오의 퇴출은,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대체제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각국 방역정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라게브리오는 노인·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용 코로나19 치료제로 출시돼 한국·미국·일본 등 전세계 25개국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라게브리오는 출시 당시부터 낮은 효능이 논란이 됐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효과가 없다"는 유럽 연구진의 임상연구 결과까지 나오자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올 2월 라게브리오 사용승인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게브리오가 팍스로비드의 대체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병용금기약물이 1종에 불과한 영향이 컸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병용금기약물이 28종에 달해 고위험군이나 고령자에 대한 처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보니 라게브리오가 빈자리를 꿰찼다는 분석이다. 일본만 해도 시오노기제약이 우리나라 일동제약과 공동개발한 코로나 치료제 조코바 출시 전까지 라게브리오 처방률이 압도적이었다.

당장 팍스로비드의 대체제가 사라진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강 문제로 몇 가지 약물을 복용 중인 노인 등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사실상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 역시 없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방역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경우 건강 문제로 최소 1종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팍스로비드 처방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라게브리오가 사라질 경우 예상외로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요양병원에서 숨진 환자는 7613명으로, 전년(444명)보다 무려 17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전체 코로나 사망자의 9.9%에 그쳤던 요양병원 사망자는 2022년에 28.6%로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60세 이상 고령층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해 195.6명으로 2021년보다 5.2배 늘었다.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이 주요인이었다. 지난 2020년 3월 2.87%였던 코로나 치명률이 2022년 11월 0.08%로 낮아졌지만, 정부가 중점관리 대상으로 정한 고령층에선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재고 물량 처리도 골칫거리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7월 세계 제1호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주사제 베클루리주(렘데시비르) 도입을 시작으로 그동안 2조6287억원 규모의 외국산 치료제를 도입했다. 지난 5일 기준 라게브리오 재고는 14만7000명분, 팍스로비드 재고량은 44만5000명분에 달한다.

라게브리오의 EU자진철회로 미국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가 사실상 독점해 온 전세계 코로나 치료제 시장 판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미국계 제약사들의 독주로 각국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중도 포기한 상황이지만, 일본과 한국의 경우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어서 빈틈을 파고들 여지는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항바이러스제로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국내 일동제약이 공동개발한 조코바와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의 제프티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코로나 발생 초기 정부차원에서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총력지원했고, 그 결과물로 조코바가 탄생했다. 조코바 역시 안전성과 효능성 논란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일본정부 차원의 지원에 조코바는 일본내 코로나 치료제 시장 점유율이 4월 11%에서 6월엔 60%까지 높아졌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신속한 판단으로 '조코바'라는 자체 코로나 치료제 보유에다가 라게브리오 및 팍스로비드를 대체할 글로벌 치료제 부상 가능성까지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바이오 제프티가 임상2상과 3상을 결합한 300명 대상 임상에서 각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니클로사마이드의 낮은 흡수율과 짧은 반감기를 극복, 사람의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코로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아직 긴급사용승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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