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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베네수엘라, 적십자 회장 해임에 자선단체 탄압 논란

남미 베네수엘라, 적십자 회장 해임에 자선단체 탄압 논란

기사승인 2023. 08. 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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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현지 적십자사 본부. /AFP 연합뉴스
남미 베네수엘라 법원이 40여년간 국제 자선단체를 이끈 적십자사 회장에 해임 명령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 4일 마리오 엔리케 비야로엘(75) 회장을 포함한 현지 적십자사의 이사진 해임, 내부 구조조정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또 리카르도 쿠사노를 회장으로 하는 새 이사진을 꾸릴 것을 명령했다. 법원은 베네수엘라 적십자사의 활동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40여년간 적십자와 감시단체에서 일한 비야로엘 회장은 최근 직원 괴롭힘 논란에 휘말리면서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비야로엘 회장의 직원 괴롭힘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적십자사의 인권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정부의 불만이 반영된 사법 결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수년간 반정부 인사를 포함해 구금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을 진행한 적십자사를 정부가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베네수엘라 사법행정 상황을 주로 감시하는 시민단체 '정의를 향한 접근'은 "43년간 베네수엘라에서 국제 자선단체를 이끈 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개입은 이 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결사의 자유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적십자사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비야로엘 회장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한한 지지"를 표명했다. 마리오 엔리케 비야로엘의 아들이기도 한 미겔 비야로엘 국제적십자사 부회장은 "우리 기관의 128년 역사를 훼손할 수 있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멈춰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지 인권단체인 프로베아는 "베네수엘라 적십자사는 비영리 사회 단체로 정부로부터 독립된 곳"이라며 "이번 사법 결정은 베네수엘라인들의 단체 결사의 자유에 있어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주요 야당 정치인과 노동조합 관계자, 노조총연맹 단체 등이 석연찮은 이유로 법원에서 활동 정지 또는 해산 등 명령을 받는 일들이 있어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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