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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대한통운, 잇따른 파업에 ‘젊은 인재’ 이탈…“사무직 신입, 택배 업무 투입”

[단독] CJ대한통운, 잇따른 파업에 ‘젊은 인재’ 이탈…“사무직 신입, 택배 업무 투입”

기사승인 2023. 08. 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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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발적 이직률 4.9%…5년 만에 최대
30세 이하 527명 채용에도 직원 수 감소
전체 인력은 2020년 대비 680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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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GDC센터 전경. /제공=CJ대한통운
#지난해 CJ대한통운을 자발적으로 퇴사한 20대 김모씨는 지속된 택배 파업에 과도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채를 통해 사무직으로 채용됐지만, 지난해 택배 파업이 길어져 상·하차 택배업무에 투입된 동시에 사무적인 업무까지 더해져 매일 피로감에 힘들었다"며 "특히 파업 기간에 야근하는 것은 당연시 여겨져 일상이 없는 삶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의 자발적 이직과 퇴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빈번한 파업 선언에 전국 각지 터미널에 배치된 사무직이 택배 상·하차 현장에 투입되는 등 과다한 업무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CJ대한통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 이직률이 4.9%를 기록해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30세 이하 신규 직원을 전년보다 2.5배 많은 527명 채용했지만, 오히려 해당 연령대의 직원 수가 전년 대비 79명 감소해 이직률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규직의 이직 인원도 300명을 넘어서며 전체 이직률도 6.5%로 급증했다. CJ대한통운의 전체 이직률 추이는 △2019년 2.0% △2020년 2.2% △2021년 5.6%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이직 인원은 25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핵심 인력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걸로 볼 수 있다.

업계는 CJ대한통운의 20대 직원들이 지난해부터 빈번히 발생하는 노조 파업에 업무 쏠림 현상을 겪어 이직률을 높이는 데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CJ대한통운 노사는 최근 몇 년 동안 파업과 고소·고발을 반복하며 계속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의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CJ대한통운 노조는 2021년 12월28일부터 지난해 3월7일까지 64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특히 노조는 19일 동안 본사 점거농성도 진행하기도 했다. 올 초에도 노조가 부분파업을 참여해 CJ대한통운은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이같은 파업에 CJ대한통운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사무직을 택배 현장에 투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을 퇴사한 김 씨는 "대체 인력 투입에도 택배가 쌓이는 등 인력이 부족해 사무직 투입이 잦았다"며 "밀린 사무 업무 때문에 야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해 택배 파업이라는 불가항력적 상황하에서도 전 임직원들이 합심해 고객을 위한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적극 노력했다"며 "회사는 매년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줄어든 직원 수를 다시 채우기 위해 올해 신입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했다. 앞서 2019년 314명에 그쳤던 신규채용을 지난해 1188명까지 확대해 전체 인력은 올 상반기 기준 6970명으로 확대됐다.

다만 업계는 CJ대한통운이 젊은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노조 파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연령층과 달리 20~30대는 업무 편의와 복리후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20대 직원들 사이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도 CJ대한통운의 이직률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스타트업 생태계 변화 등 산업계의 전환까지 겹쳐 대규모 이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새로운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개인화가 진전된 젊은 세대에게 경직된 대기업 조직문화는 매력도가 떨어져 이탈률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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