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외부칼럼]핀테크 혁명이 바꾸는 세계경제 질서

[외부칼럼]핀테크 혁명이 바꾸는 세계경제 질서

기사승인 2023. 09. 04. 17:2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lip20230904144303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석좌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2013년 에일린 리가 처음 유니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벤처캐피탈을 운영하던 그녀는 2000년대에 설립된 스타트업 가운데 겨우 0.7%만이 기업가치 1조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설 속 동물인 유니콘을 찾는 것만큼이나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를 달성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그녀는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명의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하며 기업가치 1조를 쉽게 달성하려면 잘 알려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 유니콘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판테라캐피탈이나 안드리센 호로비츠 등의 투자유치가 잘 알려진 성공방정식이다. 평균 1억 달러 정도의 투자를 받으면 기업가치는 그 1억 달러의 10배 이상으로 평가되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안다.

CB인사이트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기업 656개가 유니콘이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첨단기술과 풍부한 자본이 결합되어 전체 유니콘 중 53%가 미국에서 나왔다. 이어 중국 170개, 인도 70개, 영국 54개, 독일 29개, 프랑스 26개, 이스라엘 24개, 캐나다가 21개, 브라질 16개, 싱가포르 15개, 한국이 14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유니콘 숫자가 많은 건 놀라운 일이다. 우아한형제들, 쿠팡, 쏘카 등이 성공적으로 유니콘 클럽에서 엑시트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역동성이 예전만 못한 게 분명하다. 더 놀라운 건 일본이 7개로 인도네시아, 멕시코, 홍콩, 호주의 8개에 뒤진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역동성이 인도네시아나 멕시코에 뒤진다는 것도 흥미롭다. 태국이나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등도 각각 3개씩이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세이셸이나 베트남에도 각각 2개의 유니콘이 있다. 유니콘이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니콘 보유 기업 순위가 미래의 국력 순위로 이어진다면 현재 10위인 한국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후발국가들의 맹렬한 추월로 인해 더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 역량으로 보면 한국은 영국 다음으로 5위에 있어야 정상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정보와 상품 유통의 장벽이 무너졌다. 그 결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이 등장했다. 정보는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공유되고 온라인 상거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인터넷이 금융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 수는 여전히 25억 명이 넘고 돈의 흐름 속도는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인터넷 혁명이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경제문제를 핀테크가 해결하고 있다. 2023년 4월 기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니콘 가운데 가장 많은 분야가 핀테크 기업이며 전체 1,206개 유니콘 중 256개로 단연 1위이다. 15개 분야 중 2위가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로 228개, 3위가 전자상거래 및 직판(D2C) 분야로 108개이다. 핀테크 혁명이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전자상거래 분야를 뛰어 넘었다. 핀테크가 금융소외계층의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화폐의 유동속도를 향상시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핀테크의 대표적 비즈니스 모델이 선구매후지불(BNPL), 네오뱅크(Neobank), 프롭테크(Proptech), 모바일 페이먼트 등이다. 소위 금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까다롭다. BNPL은 신용카드가 없더라도 19세 이상 고객 누구나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한다. 네오뱅크는 지점 없는 은행을, 프롭테크는 부동산 금융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핀테크 분야에서 많은 국가들이 유니콘의 산실이 되고 있다. 멕시코, 인도네시아는 유니콘 8개 중 각각 5개와 4개가 핀테크 기업이다. 세이셸은 2개 모두 핀테크 기업이고, 나이지리아나 세네갈도 각각 하나씩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는데 역시 핀테크 기업이다. 국력과 무관하게 핀테크는 유니콘의 산실이다. 핀테크의 모바일 페이먼트나 전자지불수단은 화폐유동속도를 향상시켜 경제활동 참여자들의 수익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강수연 배우는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경제력이 형편 없어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던 국가들조차 핀테크 혁명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토스는 한국의 유일한 핀테크 유니콘이다. 그런데 규제로 인해 명목상 유니콘일 뿐 혁신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규제당국은 금융 안정성과 혁신성의 균형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