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중국 완다 그룹이 소유했던 시드니 명소 '원 서큘러 키'(오페라 하우스 건너편 위치)는 이제 일본 미쓰비시 소유가 됐다. /위키미디어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악화하면서 중국 개발업자들이 호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호주 에이비시(ABC) 방송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내수 부동산 시장 붕괴로 자산 청산 위기에 몰린 대형 중국 부동산 회사들이 호주 내 부동산을 처분하고 속속 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호주 진출은 2010년 무렵부터 본격화됐다. 완다, 그린란드, 컨트리가든과 같은 주요 민간 개발업체뿐만 아니라 국영기업도 호주의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호주에 진출한 이 업체들은 그동안 호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비판받기도 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거의 매주 새로운 중국 업체가 호주에 진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 중 하나는 시드니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조망할 수 있는 원 서큘러 키(One Circular Quay)였다. 최근 부도 위기에 몰린 부동산 그룹 완다는 시드니의 상징 중 하나인 이곳을 2014년 한화 약 3600억원에 매입하고, 57층 주거용 타워와 고급호텔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일본 미쓰비시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다.
그린란드의 호주 자회사도 2022년 시드니 도심에 있는 대규모 용지를 매각하고 철수했으며, 폴리 그룹도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3건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컨트리 가든이 시드니와 멜버른에 있는 부지 일부에 대한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국 개발업체가 호주에서 철수하는 것을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 개발자들의 이탈이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쳐 극심한 주택 난을 겪고 있는 호주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분석가 루이스 크리스토퍼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과거에 고밀도 주택, 즉 아파트 타워 건설에 매우 큰 장점을 보였다"면서, 그들의 철수로 주거용 주택 건설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주거 착공 건수는 장기 평균보다 약 25% 낮은 연간 약 14만 건으로, 적정 수준인 25만 채를 훨씬 밑돌았었다.
옥스 캐피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조셉 라이는 "현금 경색을 겪고 있는 중국 대형 개발업체들이 현금을 조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합리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호주 시장에서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