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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변동성 우려를 낳았던 특정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가 사실상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에선 애널리스트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포트가 투자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해당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으면 투자자들 입장에선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증권사 리포트 통합 제공 사이트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로봇 개발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분석한 리포트는 유진투자증권에서 올해 2월 작성한 리포트가 유일하다. 반면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나온 리포트 수는 총 13개였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같이 특정 기업의 평가에 침묵하는 이유는 큰 변동성 리스크가 존재하는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널리스트들이 지금껏 리포트를 내지 않았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각 산업에서 주가 급등으로 인한 변동성 우려가 컸던 종목들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고 있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올해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이달 18일 기준으로 총 447% 올랐으며, 최고치로는 642%까지 상승했다. 로봇 산업의 기대만으로 주가가 갑작스럽게 급등하자 시장에선 변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해당 기업의 벨류에이션과는 별개로 사업 성장성만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작은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반기 이차전지 테마주 열풍을 주도했던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리포트가 단 7개(하나증권·삼성증권·하이투자증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에 반해 같은 그룹 주였던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에코프로보다 11배 많은 78개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다. 더군다나 에코프로의 주가가 올해 초 대비 최고 1300%까지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사실을 고려해본다면, 주목도 대비 리포트 숫자는 현격히 부족한 수준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인 포스코DX도 올해 초 대비 최고 962%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지만, 관련 리포트는 KB증권에서 쓴 2개가 전부였다. 이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89개)와 비교했을 때, 매우 큰 차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기업들의 실적·미래전망·위험요인 등을 기초로 매수·중립·매도 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해 투자의 유용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준다.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 관심도와 거래량이 높은 종목들에 대한 리포트가 계속 부재할 경우, 공유되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선 답답하고 불안할 수 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에코프로·포스코DX의 경우 시가총액이 조단위인 것과 더불어 급등하는 장세에 빚투(빚내서 투자)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매수세를 크게 올렸던 기업들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파급력이 강했던 종목들이었음에도 관련 리포트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이 의도가 반영되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구원은 "현재 여건이나 문화를 고려했을 때, 셀 리포트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라며 "결국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것은 그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형성돼 있어 굳이 그 종목을 커버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원은 "리포트를 독립적으로 써야하는 것이 맞지만, 셀 리포트를 썼을 때 해당 기업에서 IR행사에 초대를 해주지 않거나 투자 요청을 응해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사례가 있어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는 회사와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라며 "애널리스트들이 독립적으로 리포트를 낼 수 있는 성숙한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