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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증명”…메리츠금융지주 성장 이끈 조정호의 용인술

“숫자로 증명”…메리츠금융지주 성장 이끈 조정호의 용인술

기사승인 2023. 09.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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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독립 후 18년간 29배↑
전문 경영인 발굴해 10년간 맡겨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 전략 눈길
인재·성과주의로 목표 달성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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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말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18년 간 거침없이 달려온 시간을 실제 '숫자'로 증명했다. 그룹 자산은 29배 불어났고, 업계 위상도 높아졌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 중 막내아들인 조 회장은 당시 규모가 작은 금융사를 물려받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회사로 키웠다.

메리츠금융의 성장 비결론 조 회장의 용인술이 첫손에 꼽힌다. 우수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사업을 믿고 맡겼다. '채권 전문가 출신' 김용범 부회장과 '구조화 금융의 달인' 최희문 부회장을 기용해 그룹 양대 축인 보험과 증권 대표 자리에 각각 앉혔다. 숫자에 밝은 두 사람은 10년 이상 장기 재임하면서 각 부문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또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 원칙을 적용했다. 메리츠금융의 강점인 파격과 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기존 통념을 깬 상품, 영업, 운용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때로 업계의 시기와 질투를 샀지만 조 회장의 신념은 변치 않는다. 앞으로도 '프라이싱(가격 결정)' 능력을 기반으로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해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총 자산은 18년 만에 29배 성장했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당시 3조3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기준 95조9185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6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0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약 12조원대로 우리금융지주를 앞선다.

핵심 계열사들의 업계 지위도 상승했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2019년부터 순이익 기준 3위로 올라섰고, 10위권 밖에 머물던 메리츠증권은 2021년 업계 6위로 도약했다.

이 같은 성적은 조정호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고 조중훈 한진 회장의 4남 중 막내아들인 그는 그룹 내에서 존재감 없던 금융업을 맡았지만, 형들보다 잘나가는 회사로 만들었다.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진중공업은 주인이 바뀌었다.

1958년생인 조 회장은 1983년 대한항공 구주지역본부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증권과 화재를 오가며 금융 전문성을 쌓았고, 2005년 동양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을 분리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어 2007년 화재·증권·종금을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을 출범시켰고, 2011년 메리츠화재로부터 인적 분할해 국내 첫 보험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했다.

올해 4월엔 화재와 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원 메리츠'로 통합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포괄적 주식교환과 신주 발행 등 출자총액 규모 증가로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다소 상승(작년 말 110.7%→올 상반기 122.1%)했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46.94%)로 화재·증권·자산운용·대체투자운용·캐피탈·코린도보험 등 6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의 성장은 조 회장의 탁월한 용인술 덕분이란 평가를 받는다. 오너로서 경영에 직접 나서지 않고,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 중용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대표적 인물로, 10년 이상 장기 재임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국내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채권·외환전문가 출신인 김 부회장은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혁신을 과감히 시도했다. 경쟁사 대비 월등한 수수료와 성과수당(시책비)을 무기로 장기인보험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손해율 산정이 어려운 펫보험 등 파격적인 신상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만년 5위에 머물던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부터 3위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8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다. 글로벌 부문은 인도네시아 1곳만 진출(1998년)한 상태다.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국내 채권 운용 1세대로 1989년 대한생명 증권부 투자분석팀에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삼성화재 펀드운용부장,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채권운용CIO를 거쳐 삼성증권의 채권사업부를 이끌다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어왔다.

'구조화 금융의 달인'으로 불리는 최 부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사업을 접을 때 부동산 PF 사업을 시작해 메리츠증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경기 불황에도 리스크 관리 및 적극적인 투자로 지난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10위권 밖이던 업계 순이익 순위를 6위로 끌어올렸다.

1964년생인 최 부회장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에서 15년의 경력을 쌓은 뒤 2002년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 사장을 맡았다.

특히 조 회장은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로 수익성 증대를 꾀했다. 임직원이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메리츠증권의 평균 성과급 비율은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속 성장 뒤엔 잡음과 우려도 뒤따랐다. 메리츠화재인 경우 혁신적 상품과 영업(높은 시책 등) 등으로 업계의 판을 흔들었고, 경쟁사들의 원성을 샀다. 보험사들이 상반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율적인 계리정 가정(손해율 등)을 활용한 만큼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 시 실적 변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메리츠증권 등 그룹의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아 시장 위축으로 부실화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적자 경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3조8000억원으로 이 중 선순위 대출이 97%이란 점을 설명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조 회장은 인재·성과주의 경영을 지속해 나가며 '숫자'로 성장을 증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실적 발표 당시 올해 경영 목표로 업계 최고의 수익성 달성, 선제적 리스크 관리, 본업 경쟁력 및 신성장 동력 제고를 제시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메리츠의 경쟁력인 '프라이싱 능력'을 무기로 현재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며 추가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손익 분기와 시장가를 파악한 후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일관된 방향의 경영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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