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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R&D(연구개발)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5% 이상 줄였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R&D 지원 중단과 이에 따른 제품 개발 중단을 우려했다. R&D지원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매출과 수출을 늘린 중소기업들 경영 악화 우려도 제기됐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R&D 지원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내년 R&D 지원 예산은 1조3208억원으로 올해 1조7701억원 보다 25.4% 삭감됐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R&D지원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 R&D 지원 예산은 올해 1조7026억원에서 내년 1조2962억원으로 23.8%(4064억원) 줄였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R&D지원 예산은 올해 102억원에서 내년 전액 삭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의 R&D지원 예산 95% 이상 관리하는 기정원의 관련 지원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다.
기정원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별로 살펴보면 정부는 '공정품질 기술개발' 예산을 올해 421억원에서 내년 71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이 사업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불량률 감소와 원가 절감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조 공정 자동화와 지능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공모를 통해 중소기업에 2년 동안 최대 10억원 지원한다.
'연구장비 활용 바우처' 사업에는 올해 90억원 지원했지만 내년에는 아예 지원액이 없다. 이 사업은 수요자 중심 맞춤형 연구장비활용 지원을 통한 중소기업의 효율적 연구개발 기반을 돕는다.
특히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중소·벤처기업 R&D 지원 예산을 크게 줄였다. 올해 1189억원이었던 '지역특화산업육성+R&D' 예산을 내년 449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이 사업은 비수도권 내 지역주력산업과 지역기업 신제품 기술개발을 지원해 매출과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개발' 예산도 올해 2803억원에서 내년 898억원으로 70% 가까이 줄였다. '테크 브릿지 활용 상용화 기술개발' 예산은 293억원에서 42억원으로 85%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R&D 지원은 중소·벤처기업 고용과 매출, 수출액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내년 지원액 축소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2016~2020년 중소기업 R&D 지원 주요 5개 사업 성과 조사 결과 고용은 13만7500여명 창출, 매출은 15조원 성과가 있었다. R&D 지원에 따른 최초 수출 기업은 887개사에 달했다. 지원으로 인한 신규 특허 등록은 2만건을 넘었다. R&D 지원액 축소로 이 같은 경제 활성화 효과가 축소될 수 있다.
R&D 지원을 받고 있는 A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R&D 지원 예산이 줄면 제품 개발이나 인력 확충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연구 인력도 줄여야 하고, 제품 개발도 안 되고 모든 게 어려워질 것이다. 참 아쉽다"고 토로했다.
특히 R&D 지원 예산이 대폭 줄면서 내년까지 지원받기로 했지만 관련 지원을 못 받거나 받기로 한 금액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B중소기업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받기로 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운영요령 제15조에 따르면 기존에 체결한 협약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사유에는 정부 지원예산 삭감에 따른 경우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김경만 의원은 "과제 완료 후 정부의 평가결과에 따라 중소기업은 출연금을 환수하거나 참여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어, 삭감된 예산을 자비로 충당해서라도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며 "예산을 배분하고 평가하는 주체는 정부다. 실체도 확인되지 않은 편견과 주장을 근거로 중소기업 R&D예산을 줄인 것은 혁신 의지를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R&D 카르텔' 실체의 대표 예시로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보조금을 들며 "건전한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해서 이 같은 좀비기업은 도태시키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후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에 대한 R&D지원 예산안 삭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중소기업R&D사업 최종평가 과제 1만2430건 가운데 '실패' 판정을 받은 과제는 476건으로 실패율은 3.8%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업비 환수를 처분한 금액도 연평균 1.67억원 수준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R&D 예산 개편과 중소기업 지원 취지가 잘 살아나도록 기업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은 "R&D 지원은 국가에서 해야 한다. 민간이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한 두번 실패하면 과제를 얻을 기회가 닫혀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며 "소규모 R&D를 통해 안전망을 만들어야 연구자들이 더 혁신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