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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기재 양천구청장, “애민(愛民)은 ‘진정성’, 혁신은 자문(自問)에서 찾는다”

[인터뷰]이기재 양천구청장, “애민(愛民)은 ‘진정성’, 혁신은 자문(自問)에서 찾는다”

기사승인 2023. 10.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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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재 양천구청장 인터뷰15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6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hoon79@
"양천구 주민들은 모르실 겁니다. 공항소음피해보상에서 신월·신정동을 지켜냈습니다."

지난 6일 양천구청에서 만난 이기재 구청장은 민선8기 취임 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분야로 먼저 공항소음문제를 꼽았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김포국제공항 소음영향도 소음피해관련 용역결과가 나왔는데 관내 소음대책지역 4만5000보상가구에서 3000가구가 줄 뻔한 결과가 나왔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소음에 대한 보상으로 그나마 전기료 및 에어컨 지원을 받아왔던 3000가구가 못 받게 될 위기 상황이었다. 이 구청장은 원희룡 국토부장관과의 과거 의원 보좌관이었던 인연을 적극 활용해 원 장관에게 바로 달려가 이견을 제시했다.

그는 "해당 용역이 코로나 상황 항공량 감소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어필했고 원 장관도 타당성 있다고 판단, 자칫 보상에서 제외될 뻔한 3000가구를 지켜내고 오히려 455가구를 증가시켰다. 그리고 소음영향도 기준 변경에 따른 소음대책지역 지정·고시에 보상가구를 축소할 수 없도록 공항소음방지법 시행령 특례 부칙 조항을 신설하는데도 기여했다.

법과 제도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오랫동안 존치되는 측면에서 이 같은 결과는 굉장히 큰 성과였지만 보상을 받는 가구 주민들은 잘 모르는 이 구청장의 진정성이 드러난 일화였다.

◇ 양천구의 문제는 양천구가…'자조(自助)행정'
이 구청장은 신월동 소음 피해 보상에 있어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주민 '재산세 구세 감면'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양천구가 세수가 풍부한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입을 20억여원 줄여 시행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고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도 있었지만 그는 항공기 이착륙으로 주택 평가가치 하락 등 그동안 피해 지역 주민들이 감내해 온 재산상의 불이익을 일부라도 보전해 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또 이 구청장은 구정을 추진함에 있어 "양천구의 문제는 양천구가 해결한다"는 '자조 행정' 의지가 강하다.

소음대책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양천구 공항소음 대책 종합지원센터'를 개소했다.

그는 "관내 시에서 운영하는 센터가 있지만 연관성이 떨어져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실행시키고 피해 주민 상담을 통해 피드백해서 우리가 바로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천구만의 기관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타 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틀렸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양천구 공항소음 대책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청력정밀검사, 스트레스 등 주민 마음 건강을 위한 상담 서비스, 소음대책 제도개선 피해조사 및 자료관리, 공항소음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음달 3개 거점지역에 항공기 소음 자동 측정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양천구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그동안 추진해 온 공항소음피해 지원사업(공항운영자가 방음 및 냉방시설 직접 설치)을 개편하고 주민 현금지원방식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물가변동률이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지원이 축소된다는 문제점이 있어 구로구·김포시와 공동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모은 건의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 인터뷰8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6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신월동, 고도제한 완화 기대보다 정비사업 기대가 현실적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북미 출장길에 김포공항 일대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본부를 방문했고 ICAO에서도 개정 초안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 양천구민들의 고도제한 완화 기대감에 대해 묻자 이 구청장은 "우리 양천구는 강서구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강서구는 고도제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곳이고 저희는 소음 및 고도제한 피해를 동시에 보고 있는 곳인데 ICAO에서 고도제한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양천은 신월5동·2동 일부 정도가 포함될 거라 고도제한에 따른 기대를 하기 보다 오히려 소음피해 보상에 집중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양천구는 신월7동 1구역(913번지 일대)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며 최고 15층 2880세대 규모의 친환경 주거단지로 탈바꿈 되고 신월7동 2구역도 2300여가구 규모의 공공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이다. 또 지난 1월 재건축이 확정된 신월시영아파트에 이어 인근 신안파크, 길훈아파트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해 정비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6월 모아타운 대상지에 선정된 신월1동과 3동 관련, 지난 1월 관리계획 용역을 착수해 올해 안에 서울시 통합심의 및 주민공람을 거쳐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이 목표라고 밝혔다.

◇ 사회적 약자 돌봄, "가장 좋은 것을 먼저 주는 진정한 배려"
이 구청장은 마침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날 시각장애인 쉼터 '마음씨(SEE)센터 개소식에 다녀왔다. 그는 "지난 8월 취임 직후 방문한 시각장애인 쉼터가 아파트 관리동 지하에 있었는데 시각 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용자 관점에서 종합적인 재배치 계획을 세웠다. 센터를 관내 중심부에 위치한 양천벤처타운으로 이전, 넓은 주차장과 승강기 등의 편의성과 관리사무소를 두고 안전을 확보했다.

이 구청장은 최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철학을 전했다. 장애인 지원은 "우리가 밥을 하면 아버지 밥부터 먼저 떠주는 것처럼 예산도 공간도 남는 것을 주는 게 아닌 가장 좋은 것을 줘야 한다.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을 당부했다. 따라서 장애인들만 이용하는 시설을 만들기 보다 기존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장애인들도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연계 방안을 펼쳐왔다.

구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이용자 중 서비스 지원 시간이 부족한 중증장애인에게 구·시비 매칭 지원에 구 자체 예산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기존 78명에서 120명으로 확대, 월 30시간을 추가 지원중이다. 또 양천해누리복지관과 연계해 장애인생활체육교실을 신설했고 향후 지어질 체육시설 등에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공항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 개소식 양천구청장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이 지난 4월 공항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실시간 항로정보 안내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양천구
◇ 끊임없는 자문, 혁신행정으로 이어져…"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검증된 시도"
이 구청장 취임 후 양천구는 앞서 언급한 '공항소음피해지역 재산세 중 구세 일부 감면'을 포함해 '찾아가는 반려식물 관리서비스'와 지난달 성료한 'Y교육박람회', '양천형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 운영' 등 전국 지자체 및 서울시 자치구 최초 시도가 유난히 많다.

이에 대해 그는 "공항소음에 대한 심각성, 또 반려 식물을 관리 해 온 본인의 경험이 정책에 반영된 거며 학창시절 공대생이었음에도 늘 철학을 탐구해왔던 융합적인 사고가 끊임없이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습관을 통해 혁신 행정이란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Y교육박람회'의 시작도 학교폭력 문제를 포함한 여러 교육이슈에 대해 "공교육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할 수 없는 게 뭘까? 할 수 없는 거까지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자체 제3섹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라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시작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구청장은 "첫 시도 보다 검증된 사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높았던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양천형 밤샘 긴급돌봄 어린이집 운영'의 경우 구의 지원으로 관내 어린이집들의 신청을 받아 추진했지만 실제 아이를 밤새 맡긴 부모는 소수에 불과했다"며 정책은 현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의 과제에 대해 이 구청장은 "그간 교통관련정책이 진도가 안나갔다"며 "양천구만의 조치로 해결될 사항은 아니나 목동선 경전철, 차량기지문제, 신월사거리역 신설 등 열악한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소음측정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지난해 8월말 소음대책지역에서 소음을측정하고 있다./양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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