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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기업 파두의 기업공개(IPO)를 두고 '실적 부풀리기'와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 논란이 일면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파두의 2분기 실적 부진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고, 공모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 추정치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IPO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기술특례상장과 관련해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 심사 전문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부진한 3분기 실적에 파두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에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책임이 크다는 판단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두는 3분기 매출로 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증권신고서에서 공시된 파두의 1분기 매출 177억원과 비교하면 99% 줄어든 수치다.
당초 상장을 준비하면서 파두는 올해 매출로 12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고작 4억원에도 못미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 때문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공시된 지난 8일 3만4700원에서 다음날 2만4300원으로 하한가를 맞았다. 이후 주가는 하향세를 보이며 지난 17일 1만7920원까지 내려갔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파두의 실적 부진을 속였다는 비판과 함께 IPO를 위해 실적 추정치를 뻥튀기했다는 의혹도 거세지고 있다. 파두의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실적 부진을 알고도 상장을 추진한 만큼, 이들 증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두의 증권신고서는 6월 30일 공시됐는데, 당시는 2분기 실적 결산 전이다. 파두의 청약금액 납입일이 8월 1일이기 때문에 실적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매출 규모가 1억원도 안되는 2분기 실적을 이들 증권사가 대략적으로 알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실사보고서 등에 '동사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 현황을 유지하고 있어 영업 활동이 악화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거짓 기재라는 얘기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파두의 매출 추정치를 올해 1203억원, 2024년 3715억원, 2025년 6195억원으로 산정했다. 주력 분야인 SSD 컨트롤러 및 완제품 부문의 성과와 전력 반도체인 PMIC, AI·스트리밍 서버 등 신사업 매출 발생을 근거로 내세웠다.
파두는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기업가치(공모가)를 매겼다. 여기에는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포함된다. 실적이 부풀려졌을 경우 공모가 희망 범위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잘못된 공모가로 인해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증권업계에선 파두의 상장 절차가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장을 하는 기술특례상장인 만큼, 주관사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파두의 2~3분기 실적 부진이 반도체 업황에 따른 결과인 만큼, 실적 추정치를 계산할 때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파두의 기술력은 여전히 우수하기에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 바로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긍정론도 존재했다.
하지만 파두 뻥튀기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단 소송이 제기되면 지난 2005년 증권 관련 집단 소송법 시행 이래 첫 IPO 관련 집단 소송이다.
한편 이번 파두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상장 절차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절차가 보다 까다러워 지는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 벤처투자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더 보수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기업들과 여기에 투자한 기관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자금조달·엑시트 수단이 흔들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