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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가운데 윤석열표 예산에 대한 '묻지마 삭감'을 잇따라 강행하면서 거대 야당의 다수 의석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하면서 정부 철학을 기반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담아야 할 예산안이 제1야당의 폭주로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무시한 초헌법적인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윤석열 정부의핵심 정책 예산들을 줄줄이 삭감해 국정운영의 차질을 주는 것은 사실상 대선 패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대선 불복행위와 다름 없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168석 과반인 민주당은 이날까지 완료된 11개 상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중 6개를 여당과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우선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원전 예산 203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감액 예산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부문도 포함됐다. SMR은 지난해 대선 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또 예산 삭감을 강행한 이재정 산자중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외교사절단을 만나 SMR 기술 수출을 제안했던 장본인이었다.
지난 16일 환경노동위에선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 2382억원이 민주당 주도로 통째로 삭감됐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예산 심사 소위에서도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 중 정부가 내년에 새로 도입할 예정인 '글로벌 TOP 전략 연구단 지원 사업' 등에서 1조1600억원을 감액했다. 윤 대통령 정책 기반인 '글로벌'이란 단어가 들어간 예산 항목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사업 예산은 이번에 대거 증액했다.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해 에너지바우처 확대, 한국에너지공과대 사업지원, 소상공인 전기·가스비 지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플러스 사업 등에 3조1556억원을 늘렸다. '이재명표' 예산도 늘어났다. 민주당은 청년 교통비 지원 사업인 '3만원 청년 패스' 예산을 2923억원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7053억원으로 각각 증액했다.
민주당이 의석의 횡포를 부리며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을 민주당 예산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 정부 주요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역대 국회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불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소관 예산안이 처리된 11개 상임위 중 행안위·농해수위·환노위·국토위·산자위·문체위 등 6개가 민주당의 일방 통과였다면서 "정부 예산 심사가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고 맹비난했다.
윤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증액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원, 청년패스 예산 2923억원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가 주문한 하명 예산이자 대표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통령 공약인 글로벌 R&D(연구·개발) 예산 등 47건에 대해 1조1513억원을 삭감한 반면, 정부출연연구기관 운영비 등 161건에 대해 2조88억원을 증액하며 정부의 R&D 예산을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헌법에서 규정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위헌적 예산 난도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