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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화상 조선족 소녀 韓 대학 강단에 서 화제

전신화상 조선족 소녀 韓 대학 강단에 서 화제

기사승인 2024. 04. 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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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려나 씨 20년 전 사고로 불행 당해
재중국대한체육회 이윤낙 회장이 후원
한국에서 학업 마치고 마침내 강단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스 폭발사고로 전신에 95% 가량의 화상을 입었던 조선족 소녀가 불행을 당한 지 20년 만에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대학 강단에 서서 화제를 부르고 있다.

이윤낙 회장
최려나 씨(완쪽)와 이윤낙 재중국대한체육회 회장(오른쪽). 왼쪽은 최 씨의 졸업식 광경. 가운데가 최 씨이다./이윤낙 회장.
주인공은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 출신인 최려나(32) 씨로 중국에서의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 수료가 전부였다. 몸이 불편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좌절하지 않았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곧 귀인을 만나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현재 재중국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톈진(天津)의 한국인 사업가 이윤낙 회장을 만나 후원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최 씨는 한국으로 건너 가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다음에는 내친 김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도 진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모두 마쳤다. 오는 8월에는 학위도 받을 예정으로 있다.

이 회장의 3일 전언에 따르면 최 씨는 현재 한국 포항 소재의 한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아시아연합신학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어머니를 도우러 부엌에 들어갔다가 가스 폭발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으니 무려 20년 만에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당시 최 씨는 어머니를 잃었으나 본인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전신에 95% 화상을 입은 탓에 걸을 수 있게 되는 데만 2년 가까이나 걸렸다고 한다. 정상적인 생활은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고 전 깜찍한 외모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방송부에서 활동하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던 최 씨는 치료비가 없어 대단한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 그때 최 씨의 가슴 아픈 사고 소식을 들은 교민 매체 '천진광장'의 이윤낙 발행인 등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전신마취 수술만 40차례를 넘게 받도록 도움도 줬다. 부분 수술 역시 수십 차례나 받게 지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사고 당시 려나에게는 치료비가 없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선 베이징의 한 병원에 입원시켜 6개월 동안 기본적 수술을 받게 했다. 이어 한국의 광주성형병원, 한강성심병원, 상계백병원 등 많은 수많은 병원을 전전했다"면서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술회했다.

최 씨와 이 회장의 끈질긴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매년 수 차례의 전신마취 수술을 통해 최 씨가 혼자 생활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10년 동안의 노력이 효과를 보자 이 회장은 최 씨에게 미처 못한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최 씨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곧 최 씨는 톈진에 소재한 이 회장의 자택에서 본격적인 개인 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자원봉사 강사들은 당시 톈진 한국국제학교의 교사와 유학생, 학원 원장, 기업인 등 무려 8명이나 됐다. 당연히 이들은 과목 별로 담당을 정해 최 씨를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최 씨가 공부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대입 검정고시에서 800점 만점에 756점, 평균 94.5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도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전액 장학금 제공을 약속한 이화여자대학교의 영어영문과를 선택했다.

최 씨의 학업 성적은 우수했다. 결국 과 수석으로 졸업하는 천재성까지 보였다. 이어 같은 대학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2월에는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8월의 논문 통과도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최 씨를 친딸처럼 물심양면 지원한 이윤낙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이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다. 기적이다. 극한 고통을 이겨낸 려나의 인내와 꾸준하고 지속적 노력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려나를 위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좌절하지 않고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한 려나에게도 격려와 감사를 드린다"면서 감개무량해 했다.

현재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와 아시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최 씨는 "앞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살겠다. 화상으로 고통을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한국과 중국의 우호증진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해 양국에서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면서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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