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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안식일 로스쿨 면접 불참’ 재림교 신자…法 “불합격 취소”

[오늘, 이 재판!] ‘안식일 로스쿨 면접 불참’ 재림교 신자…法 “불합격 취소”

기사승인 2024. 04. 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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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순서 변경 안돼 불참…불합격 취소 소송
1심 원고 패소→2심 "종교에 대한 간접차별"
대법 "불이익 해소 위해 적극적 조치할 의무"
대법원8
대법원 전경/박성일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면접시험이 안식일인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되면서 결국 불합격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가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4일 재림교 신자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 취소 및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다.

A씨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 시험 응시 등의 행위를 금지한 재림교 교리에 따라 면접순서를 토요일 오후 마지막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학 측이 거절해 결국 면접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면접순서 변경 요청을 거부한 것과 불합격 처분을 각각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입학절차 변경을 요구할 권한이 없어 면접시간 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하고,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전남대가 면접일정 변경 거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정도라고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전남대가 면접시간 변경요청을 거부한 것이 종교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으나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해 불이익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면접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도 면접 불참을 이유로 불합격처분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면접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은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해야 했는데 본안판단에 나아갔다며 바로잡은 뒤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에 대해 상고기각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인정된다면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A씨에 대한 면접평가의 경우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돼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시간을 변경할 필요가 없고, 늦은 순번으로 면접순번이 지정된다고 해도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면접평가 준비 시간을 더 많이 받는 등의 이익을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불합격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림교 신자들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시험일정 변경을 요청한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에 그 시험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라며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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