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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혼인 무효·이혼, 법적효과 달라”…근친혼·사기결혼 ‘이력’ 지울 길 열려

대법 “혼인 무효·이혼, 법적효과 달라”…근친혼·사기결혼 ‘이력’ 지울 길 열려

기사승인 2024. 05. 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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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이혼한 사람이 이혼 후에 소송을 통해 '혼인무효'로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기존 판례를 40년 만에 변경한 것으로 향후 근친혼이나 국제결혼 사기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면 가족관계등록부 등에 '혼인 이력'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법원 전합은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며 "이혼 이후에도 혼인 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결혼이 무효라면 결혼으로 발생한 법률적 효력 역시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혼으로 그 효력이 사라졌더라도 여전히 결혼 후 이혼 전까지 법률관계는 유효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사소송법에는 배우자 사망 후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이혼 후 소송 제기를 달리 볼 이유도 없다고 봤다.

전합은 이 같은 판례 변경이 "가족관계등록부 기재 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근친혼의 경우 법률 관계를 보다 단순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순히 이혼만 했다면 인척 관계는 유지되므로 근친혼을 금지하는 민법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혼인 자체를 무효로 돌린다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4촌 내 인척이나 배우자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제도, 가사와 관련된 빚에 대해 배우자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일상가사채무'의 적용도 받지 않게 된다. 이번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한 A씨도 "미혼모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혼인을 무효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사기 국제결혼을 당한 남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됐다. 결혼을 명목으로 입국해 혼인신고만 한 뒤 도주하는 경우가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던 탓이다. 해당 남성들이 혼인관계를 끝내려면 이혼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이력이 이후 다른 여성과 재혼할 때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혼 후 '혼인 이력'을 지우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민법에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을 경우'를 혼인무효 사유로 두고 있는데 워낙 모호한 탓에 이번 대법원 판례 이후 소송이 남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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