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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감자’ 위해 구슬땀… 생산성·무병성 ‘두 마리 토끼’ 잡았다

[르포] ‘K-감자’ 위해 구슬땀… 생산성·무병성 ‘두 마리 토끼’ 잡았다

기사승인 2024. 05. 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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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수경재배 기술 씨감자 생산에 적용
200년 전 감자 수입국서 재배기술 수출국으로
고령지농업연구소·감자원종장, 생산 '핵심 축'
수경재배 중인 씨감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수경재배 중인 씨감자. /공동취재단
"감자 재배를 위해 이용되는 '씨감자'는 생산단계 중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가 물거품이 됩니다. 정부 차원에서 안정적인 감자 생산과 식량안보를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용익 고령지농업연구소 감자연구실장)

지난 23일 찾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이곳에서는 국내 감자 재배의 첫 단계인 '씨감자' 생산을 위해 직원들이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씨감자는 감자 재배를 위해 심는 일종의 '감자 씨앗'을 말한다. 감자는 감자를 되심어야 다시 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양번식작물로 안전한 재배와 다수확을 위해서는 무병 씨감자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연구소 방문자들은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가운을 입은 뒤 '에어샤워' 시설에 들어가 몸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오염원을 털어낸 뒤 입장한다. 3명씩 줄지어 바람을 맞은 뒤 연구소에 들어서자 수경재배 중인 씨감자 온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조지홍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수경재배 기술을 씨감자 생산에 적용했다"며 "양분이 든 물이 분무경을 통해 주기적으로 안개 분사되는 자동화 시스템 덕에 인력과 생산 효율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소는 이같은 기술을 알제리, 파키스탄, 에콰도르 등 전세계에 보급하는 일도 앞장서고 있다"며 "200여년 전 감자를 처음 들여온 수입국에서 이제는 원산지에 역으로 재배기술을 수출하는 국가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온실 속 씨감자는 통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있었다. 온실은 봄, 가을에만 운영되는데 이는 씨감자가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진 탓이다. 다만 최근 이상기후로 대관령에도 최고기온이 30℃ 언저리로 오르는 경우가 있어 담당자들은 내부 온도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씨감자는 크게 정부 보급종과 민간 개발종으로 나뉘는데 보급종의 경우 정부가 생산 전반을 관리한다. 보급종은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등 5단계 생산체계를 각 단계마다 1년씩 거친다. 연구소는 이 중 기본종 및 기본식물 재배 단계를 담당하고 있다.

진용익 연구실장
진용익 감자연구실장이 정부 보급종 씨감자 생산 및 인증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진용익 감자연구실장은 "최종 식탁에 오르는 감자는 4~5년 전 재배한 씨감자를 통해 수확한 것"이라며 "생산단계 중 한 단계라도 잘못되면 그 해 감자 생산은 큰 타격을 받게 돼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5년여간 무병 씨감자를 정상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직원들이 노력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수경시스템 뿐만 아니라 무병 식물체 생산기술 및 바이러스 진단기술 개발, 배양액 국산화, 망실재배 기술 확립 등 씨감자 원천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소에서 한 해 생산하는 씨감자는 약 16만 개로 이는 연간 4만톤(t)에 달하는 감자 수요의 밑거름이 된다.

또한 연구소는 신품종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봄 재배용으로 갈변이 지연되는 '골든볼' 품종의 전국적 보급을 추진 중이다. 햇감자의 연중 공급을 위해 '은선'과 '금선' 등 2기작 품종을 가을, 겨울 감자 재배지인 전남 보성과 전북 부안에 확대 공급도 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는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감자원종장'이 있다. 이곳은 씨감자 원원종 및 원종 생산을 담당한다. 직원들은 진딧물을 막기 위해 모기장 같은 망실이 쳐진 망실하우스 2700여개를 관리하고 있다. 면적은 100.5㏊로 축구장 140개가 넘는 규모다.

길환수 감자원종장장은 "4월이면 밭을 갈고 5월에 망을 쳐 8월 초부터 10월 상순까지 씨감자를 수확한다"며 "우리 직원들이 소를 이용해 직접 밭을 갈고 농사를 짓는 등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수확된 씨감자는 선별을 거쳐 큐어링실(예냉시설)에서 3~5일 열을 식힌다. 내부 온도는 19℃에 맞춰져 있다. 이후 6개월 동안 본저장고에 들어가 다음해 3월까지 재선별 및 종자검사를 거쳐 채종농가에 공급된다.

망실하우스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감자원종장에서 관리 중인 망실하우스. /공동취재단
장영곤 감자원종장 생산관리팀장은 "본 저장 시 온도는 2.5℃, 습도는 90%를 유지하는데 썩는 감자도 일부 나온다"며 "현재 감모율은 3%대로 준수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원원종 및 원종 생산계획은 총 745.2톤"이라며 "다양한 실증 재배를 통한 시장, 환경 변화 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씨감자 노후 망실 현대화, 생산포장 환경 개선 등도 올해 주요 추진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진청은 다음달 20일 강릉 씨마크 호텔에서 '감자 전래 2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한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미친 역사적 가치와 앞으로의 감자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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