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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맞바꾸는 건강… 카페인 중독된 학원가

성적과 맞바꾸는 건강… 카페인 중독된 학원가

기사승인 2024. 05.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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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려고" 초중고생 커피 즐겨
전문가 "과다섭취 땐 성장 방해"
초등학생들이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마시고 있다. /박주연 기자
"처음에는 시험기간에 잠 깨려고 커피를 마셨었는데, 이제는 물처럼 마셔요. 커피 마셔야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하루 2~3잔은 기본이에요."

6월 모의고사를 열흘 앞둔 26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인근 한 카페엔 트레이닝복에 책가방을 멘 고등학생들이 줄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출입문 안팎으로는 영수증을 손에 쥐고 순번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이 카페를 지켜보니, 30분간 총 19명의 중고생이 커피를 사고 학원이나 독서실로 향했다.

입시를 위해 잠·집중력과 전쟁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들의 '카페인 중독'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다음 달 6월 모의고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예민해진 청소년들이 커피 등 카페인 음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어, 청소년들의 성장기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청소년과 어린이의 카페인 최대 섭취 권장량은 체중 1㎏당 카페인 2.5㎎ 이하다. 몸무게 50㎏ 청소년의 경우에는 카페인 최대 1일 섭취 권고량은 125㎎ 수준이다.

이날 해당 커피 브랜드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유량은 199㎎으로, 청소년의 1일 섭취 권고량(125㎎)을 초과했다.

청소년들이 1일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권고 섭취량을 훌쩍 넘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2년 전국 800개교 중고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1주일 3번 이상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22.3%에 달했다. 주 1~2회 마신다는 학생은 26.4%나 됐다.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3 박윤서양(19)은 "6월 모의고사는 수능과의 관계성이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더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수능은 특히 의대 증원 때문에 n수생도 더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성적을 위해서 몸에 나쁘다 하더라도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하루 3~4잔씩 마셔가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까지 카페인 중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학원 쉬는 시간 초등학생들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더니 각자 커피를 주문했다.

한 초등생은 음료 주문하는 과정에서 옆 친구에게 "졸려서 카페인이 필요한데, 복숭아 아이스티가 당긴다"고 말하자, 친구는 "복숭아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몸에 있는 중성지방 및 글리코겐 성분을 자극해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카페인 과다 복용 시 속 쓰림이나 가슴 두근거림,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카페인 대응력이 낮아서 카페인을 희석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 시에는 칼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뼈의 성장을 방해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골다공증이 올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카페인 과다 섭취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과다 섭취는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장에 미칠 수 있다"며 "커피를 마신 직후엔 잠시 집중력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에는 카페인 효과가 떨어져 오히려 집중력이나 주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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