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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전날 수치 고문의 호숫가 저택 경매를 실시했지만 입찰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인야 호숫가에 위치한 수치 고문의 저택은 2024년 3월·8월과 올해 2월 세 차례 경매에 부쳐졌으나 유찰됐고, 결국 이번에도 네번째로 유찰됐다. .
약 8000㎡(2420평) 대지에 위치한 2층짜리 수치 고문의 저택은 이번 경매에선 '할인된' 최저 입찰가 1억 2800만달러(1833억 3440만원)로 시작했다. 군정이 지난 2월 열린 경매보다도 최저 입찰가를 낮췄지만 역시 유찰됐다.
이 건물은 수치 고문의 아버지인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이 1947년 암살된 뒤 부인 킨 치 여사가 정부로부터 받았다. 수치 고문도 어릴 적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이전 군부 독재 기간에는 이곳에서 15년간의 가택연금 생활을 견디기도 했다. 수치 고문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군정 법원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33년 형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일부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어든 상태다.
수치 고문과 그의 오빠인 아웅산 우는 이 저택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미국 시민권자인 우가 저택과 대지 지분 절반에 대한 상속권이 있다며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하고, 부동산을 처분해 수익을 나누게 해달라 요청하며 경매가 이뤄지게 됐다. 경매는 군정이 임명한 관리들의 감독 하에 진행되며 수치 고문은 경매 수익금의 절반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곤의 비슷한 고급 주택 가격이 100만~200만달러(14억3080만원~28억 616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지적하고 있다.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경제가 파탄나고 내전까지 격화하고 있는 미얀마에선 이 같은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수요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