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실외기실 별도 설치, 차폐시설 마련 의무 규정
"밀폐 공간, 가연성 가림막으로 화재 위험 오히려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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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컨(실외기) 발화 화재는 387건으로, 전년 대비 94건 늘었다. 2020년 221건, 2021년 255건, 2022년 273건, 2023년 293건으로 에어컨(실외기) 발화 화재는 매년 20~30건 증가했다.
그러나 실외기 화재는 지난해 급증했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 역시 증가해 에어컨 사용이 많아진 영향이다. 올해는 장마가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 31일간 이어지며 강수량은 평년 대비 1.5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이달부터 덥고 습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에어컨 관련 화재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충남 서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해 30분 만에 진화됐다. 지난 2일 경기 의왕시 한 아파트 신축공장 현장 지하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에어컨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에어컨 관련 화재 사고 재산 피해규모도 전날까지 1억9000여 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량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이 화재 사고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규정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어진 건물의 실외기는 외부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설치해야 한다. 실외기 추락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와 건물미관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밀페된 공간에 여러 대의 실외기가 모여 있어 열기 방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화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번 발생하면 크게 번질 위험이 있다.
실외기 근처 차폐 시설 역시 위험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도시미관을 위해 실외기를 발코니 등에 노출해 설치할 시 30% 이상 추가 공간을 확보해 가림막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세부 규정이 없어 저렴하고 설치가 용이한 원목 재질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외기 온도는 냉방 시 40~60도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100도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근처에 가연성 재질을 두는 것 역시 위험하다"며 "미관이 치우친 것이 아닌 화재 사고를 고려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