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초과 종목 컨센서스 기준 10곳
업종 평균·기업 실적·성장성 등 평가
"단순 수치보다 다양한 각도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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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298개 상장사(코스피·코스닥) 가운데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를 초과한 종목은 컨센서스(증권사 3개 이상 전망치 평균) 기준 총 10곳에 달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다. 일반적으로 PER이 10~20배를 초과하면 시장에서는 고평가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본다.
PER이 크게 높을수록 성장 기대가 높게 반영된 종목일 개연성이 크지만, 실적이나 재무성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기대감만으로 만들어진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관광개발은 12개월 선행 PER이 3568.55배로, 국내 전체 상장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연초(1월 2일) 7560원에서 이날 1만8440원까지 뛰어 올 들어 143.92% 급등했다. 이 같은 급등은 한중 관계 회복 및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카지노·호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219억원, 영업이익도 130억원으로 흑자 기조지만, 당기순손실이 -236억원에 달하며, 부채총계는 1조8500억원으로 자본총계(약 2900억원)를 크게 상회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밸류에이션 방식 변경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 2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36%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PER 1106.78배로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들어 주가는 올해 초 2만9750원에서 이날 7만100원으로 54.5% 상승했으나, 1분기 매출은 21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90억원, -281억원을 기록했다. 누적된 결손금은 4265억원으로 자본 규모를 크게 초과한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약 577만주를 보통주로 일괄 전환했다. 회사 측은 이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오는 28일 전환 물량이 상장되면 일시적인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우려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전환우선주 일괄 전환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로, 당사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며 "이중항체 기반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이 크고, 향후 기술이전이나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된다면 시장의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PER이 100배를 넘는 고평가 종목 10곳 중 절반은 연초 대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2.66%), 한온시스템(20.95%), 한올바이오파마(31.56%), 포스코퓨처엠(3.92%) 등 4개 종목은 투자 기대감과 달리 하락세를 나타냈다. PER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우상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PER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업종 평균과 기업 실적, 성장성,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흑자 전환 초기이거나 순이익이 매우 적은 기업은 PER이 수백~수천 배까지 부풀려지는 착시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라이트우드파트너스 대표는 "PER은 이익(EPS)이 적거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경우 분모가 작아져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질 수 있다"며 "이럴 때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비율) 등 다른 밸류에이션 지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특정 종목만 볼 게 아니라 업종 전체의 버블 여부, 유사기업 비교(피어그룹 분석), 과거 밸류에이션 흐름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