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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혈연 아닌 주주가치 선택한 ‘콜마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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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5.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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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장./콜마그룹
'재벌(財閥)'.

뜻을 찾아보면 거대 자본을 가진 경영진이 가족, 친척 등 동족(同族)을 주축으로 이뤄져 있는 혈연적 기업체라고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이지요. 그래서인지 '재벌'은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chaebol(재벌)'이라고 그대로 등재돼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들을 보면 형제·남매·자매 등 누가 더 많이 소유하느냐를 놓고 싸우는, 한마디로 '경영권 분쟁'을 겪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하죠.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업체인 콜마그룹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마자 여기저기 '남매의 난'으로 엮으며 수위를 높였습니다. '오빠'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여동생'인 윤여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권 분쟁'이란 표현을 쓰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하며 지주회사로서 탄탄한 지배구조를 만들어놨습니다. 윤여원 대표가 보유한 지분 7.21%에 남편인 이현수 씨의 지분 3.02%를 합쳐도 10.23%로 전혀 싸움이 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콜마홀딩스는 최대주주로서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영활동의 일련의 과정을 진행한 것뿐입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대표가 맡기 시작한 2020년부터 실적이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2020년 109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6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고, 올 1분기에도 콜마비엔에이치 매출은 1367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 62%가 감소했습니다. 경쟁사인 노바렉스가 올 1분기 영업이익 90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6.3%가 오른 것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당연히 콜마비앤에이치의 주가도 2020년 7만원대에서 현재 1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콜마홀딩스마저도 그 영향을 받아 실적과 주가가 내려앉았습니다.

소액주주는 물론, 주주들의 이익을 반영해야 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내이사로 선임돼 있지 않은 만큼 콜마홀딩스가 요구한 사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해 제대로 경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뜻입니다.

전문경영인을 두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글로벌 그룹들이 하는 과정이지요. 대주주들은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만 하면 됩니다.

가족 간의 싸움으로 비하되는, 마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것은 기업을 '소유'의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느 재벌기업처럼 말이지요. 그 기업을 이루는 데는 수많은 직원들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내 밥그릇'을 뺏는다는 생각에 앞서 그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책임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증의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너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에서 면(免)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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