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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하 55m 역사 침수·화재…GTX-A역서 복합재난 대응 ‘레디코리아’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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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5. 21. 17:04

대심도 역사 침수·화재 복합 시나리오…국내 유일 배수펌프차량·유압장비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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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들이 5월 21일 경기도 용인시 GTX-A 구성역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2차 훈련' 중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21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마북동 GTX-A 구성역.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하수관이 역류하면서 빗물이 지하 4층 승강장까지 빠르게 들이닥쳤다. 지하 55m 깊이의 대심도 역사 특성상 대피는 쉽지 않았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대피하려던 시민들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곧이어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전기가 끊기며 역사 내부가 암흑으로 바뀌었다. 올해 두 번째 '레디코리아(READY Korea)' 훈련이 그렇게 시작됐다.

역사 내 침수를 목격한 이용객의 신고로 대응 체계가 가동됐다. 역무원은 즉시 관제센터에 상황을 전파했고 이어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이 구조대와 의료진 출동을 지시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용인서부경찰서는 통제선을 설치하고 긴급차량 이동로를 확보했으며 곧이어 용인서부소방서 선착대가 출동해 구조공작차와 펌프차를 이끌고 진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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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용인시 GTX-A 구성역에서 열린 '레디코리아 2차 훈련'에서 시민 참여자들이 연기를 피해 지하 승강장에서 계단을 따라 대피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GTX-A 운영사의 초기대응팀은 특별피난계단을 활용해 승객 대피를 유도했다.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와 어린이 등은 구조대가 직접 부축하거나 장비를 이용해 이동을 도왔고 분당선 구성역에서도 지원 인력이 투입돼 대응에 나섰다. 임시 응급의료소도 신속히 설치돼 부상자 분류와 응급처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침수로 젖은 전선에서 합선이 발생했고 지하 4층 천장부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시작됐다. 연기가 퍼지며 역사 내부는 급속히 혼란에 빠졌다. 지하 3층에서는 천장 일부가 무너지며 잔해에 깔린 인원이 발생했다. 구조대는 유압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협소한 공간 속에서 인명을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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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한 대뿐인 대용량 배수펌프 차량. /김남형 기자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국내 유일의 대용량 배수펌프차량이 가동됐다. 차량에서 연결된 호스를 통해 지하 4층에는 이동형 펌프기가 투입돼 침수된 승강장의 물을 퍼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장에서 상황을 총괄 지휘하며 기관별 대응을 조율했다. 구조와 의료, 배수와 복구, 시민 지원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민관 협력체계를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역사 침수 사례를 가정한 이날 훈련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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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이 21일 경기도 용인시 GTX-A 구성역에서 열린 '레디코리아 2차 훈련' 강평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훈련에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경기도, 용인시, 소방청, 경찰청, 철도공사, 지티엑스에이운영 등 37개 기관에서 400여명이 참여했고, 대용량 배수펌프차량과 군 헬기 등 장비 58대가 동원됐다. 레디코리아 훈련은 기후위기와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복합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합동으로 현장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정부 주도의 범정부 합동훈련이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도시 인프라가 대심도로 확장되는 현실을 반영해 실제 재난에 대비한 범정부 대응체계를 점검한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대응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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