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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탁방식 안 하길 다행”…여의도 대교, 조합 선회 후에도 재건축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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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7. 16. 17:22

삼성물산·롯데건설 관심…내년 상반기께 2파전 이뤄질 듯
2017년 KB신탁 예비 시행자 선정했지만…2023년 조합 선회
인근 한양·공작·광장서도 신탁사-소유주 갈등 지속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경./전원준 기자
"요즘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 부동산신탁사와 소유주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걸 보면, 진작에 신탁방식을 포기하고 조합 방식으로 전환한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16일 보슬비가 내리는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 같이 말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지난 10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하면서 A씨의 목소리에는 재건축 속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오는 18일 열리는 현장설명회에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대형 건설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내놨다.

조합 측은 내년 상반기 쯤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 간 2파전을 예상한다. 실제 지난 4월 말 사업시행인가 총회가 열리기 전후로 단지 곳곳에는 사업시행인가 총회 개최를 축하하는 내용이 담긴 이들 기업의 현수막이 여럿 걸려 있었다.

공사비는 3.3㎡당 1120만원, 총 772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1975년 최고 12층, 4개동, 576가구 규모로 준공된 단지는 앞으로 지하 5층~지상 49층, 4개동, 912가구 규모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대교아파트는 당초 2017년 KB부동산신탁을 예비 시행자로 선정해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8년 제시받은 계약서에 '자금 조달에 따른 이율은 수탁자 내부 규정에 따른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신탁사의 투명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결국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2023년 말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 방식으로 전환했다.

통상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시행을 주도하고 자금조달과 사업관리를 맡는 구조다. 분양 수익의 2~4%를 수수료로 내는 대신, 조합 방식 대비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춰 사업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이에 한양·공작(KB부동산신탁)을 포함해 △시범·수정·광장 3~11동(한국자산신탁) △삼익(한국토지신탁) △은하(하나자산신탁) 등 여의도 내 16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중 7곳이 신탁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교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합 방식으로 선회한 결정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 일대에서 한양·공작에 이어 세 번째로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로 꼽혀서다.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한양·공작·광장아파트에서 잇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도 대교아파트가 신탁방식을 조기에 포기한 결정이 적절했다는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단지 상가 앞에서 만난 주민 B씨도 "우리가 수수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데, '깜깜이' 방식으로 이자율을 정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신탁방식의 한계를 느꼈다"며 "조합 방식으로 전환한 뒤에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보면, 적절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양아파트는 2023년 KB부동산신탁과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매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롯데마트 부지를 사업 부지에 포함해 설계를 제출했다가 시정 지시를 받으며 전문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 여파로 올해 5월 일부 소유주들이 정비사업운영위원회 임원 연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공작아파트의 경우 KB부동산신탁이 대형 평형과 커뮤니티·주차시설 면적을 축소한 설계안을 소유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이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광장아파트에서도 한국자산신탁과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유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전체 1391가구 중 중소형 평형 비중이 68%에 달해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자산신탁은 계획안을 1300가구대 초반으로 일부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정비업계에서는 부동산신탁사들의 전문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은 입지나 공사비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소유주들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단지들이 선택하면 유리한 방식"이라며 "여의도를 비롯해 강남·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수수료 부담 등 이익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단지별 특성에 따라 신탁방식과 조합 방식 중 하나를 고르는 게 현명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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