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 백제 23대 왕 삼근왕(재위 477~479)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가 발견됐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 조사 성과를 밝히는 언론 공개회를 열고 "2호 무덤 재조사 과정에서 10대 중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점을 발견했다. 웅진 시대 왕위 계승 상황과 연령대를 종합할 때 삼근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삼근왕은 백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인물 중 하나다. 고구려 장수왕의 침입으로 한강 유역을 잃고 전사한 개로왕의 손자로, 12세(일부 기록에서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아버지 문주왕이 신하 해구의 반란으로 피살된 후 왕이 되었지만, 즉위 3년 만인 479년 14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13 공주 왕릉원 2호분 출토 어금니 01
0
공주 왕릉원 2호분 출토 어금니. /국가유산청
2호 무덤은 일제강점기 도굴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연구진은 2023년부터 무덤 안 잔여 흙을 세밀하게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어금니와 뼛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법의학 분석을 담당한 이우영 가톨릭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오른쪽 위턱에 있었던 치아들로, 형태상 20대가 되기 전 10대 연령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삼근왕의 사망 연령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덤에서는 어금니와 함께 백제 최고 수준의 공예품들이 출토됐다. 청색 유리구슬이 달린 정교한 금귀걸이, 은에 금을 도금해 줄무늬를 새긴 반지, 철에 은을 씌운 오각형 칼 손잡이 장식 등이 발견됐다. 특히 웅진 도읍기에만 나타나는 유리구슬 귀걸이는 당시 백제 공예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02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경
0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경. /국가유산청
주목할 점은 태국산으로 추정되는 황색과 녹색 구슬 1000여 점이 함께 발견된 것이다. 연구소는 납 성분 분석을 통해 이들 구슬의 산지가 태국임을 확인했다. 이는 정치적 혼란기로 여겨졌던 웅진 초기에도 백제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교역망을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소는 "웅진 천도 후에도 백제의 내부 정치 체계와 대외 교역망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며 "이런 기반이 후에 무령왕의 백제 중흥에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령왕릉 발견 이후 50여 년간 삼국시대 왕릉급 무덤의 주인이 명확히 밝혀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연구소는 1~4호 무덤에 묻힌 인물들을 모두 개로왕 직계의 왕족들로 추정하고 있어, 향후 백제 웅진기 왕실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성별 등 구체적인 정보 확인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함께 발견된 뼛조각이 1×2cm에 불과해 DNA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