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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대출 규제 피했는데 서울에만 몰리네…건설사들 ‘분양 캘린더’ 뜯어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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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7. 10. 16:13

"서울 아니면 미달"…수도권 청약 시장 양극화
대출 규제 피했지만 경기지역 단지 '찬바람'
전문가 “청약시장 심리 위축, '똘똘한 한 채' 쏠림 심화”
건설사들 물량 축소·분양 연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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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초과 금지·2주택자 이상 주담대 전면 금지 등의 조치로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규제 시행 직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며 기준을 피한 수도권 단지들도 서울이 아니면 청약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하반기 분양을 대거 예정했던 건설사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연초 계획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은 하반기 집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청약 시장 분위기를 낙관할 수 없어 일정을 다시 조정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새 대출 규제 시행 직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서울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와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에는 수만건의 청약이 몰렸다. 지난 8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83가구 모집)는 1만5882건, 오티에르 포레(40가구 모집)는 2만7525건을 기록했다.

두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각각 16억원·24억원 수준이다. 규제적용을 받았다면 각각 10억~18억원의 현금을 보유해야 청약이 가능했겠지만, 규제 직전 분양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시기 분양에 나선 경기지역 단지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서울 신규 아파트와 같이 대출 규제 전 모집 공고를 내며 새로운 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경기지역 신축 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저조했다. 지난달 26일 모집 공고를 낸 경기 평택시 '브레인시티 메디스파크 로제비앙 모아엘가'는 지난 8~9일 1200가구를 공급했지만 청약 접수 건수는 단 38건에 그쳤다.

지난달 27일 모집공고를 냈던 경기 '시흥 은계 에피트'도 같은 날 21가구 규모의 일반공급을 진행했지만, 46가구만 청약에 접수했다. 이천시 '부발역 에피트 에디션'(692가구)은 66건, 경기 광주시의 '서희스타힐스 1·2단지'(66가구)에도 59건만 접수됐다.

업계는 이들 단지의 분양가가 대부분 6억원 이하로 대출 규제를 피했지만, 이에 따른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는 점과 서울 쏠림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처럼 시장 반응이 냉랭해지면서 건설사들은 공급 일정을 다시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대출 규제가 수도권 청약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상위권 건설사는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을 1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 하반기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며 "그간 미뤄온 물량도 많아 더 이상 연기하기 어려운 단지도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7월 청약 결과에 따라 건설사들의 하반기 분양 물량에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수요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주택을 선호하게 되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이달 중순 이후 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받는 단지들의 청약 성적에 따라 하반기 분양 일정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생각보다 청약 성적이 양호하다면 당초 계획대로 분양이 진행되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일정 연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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