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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만 칼럼] 100조원 소버린 AI 투자,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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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0. 18:08

홍순만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의 민관 AI 투자 펀드를 조성해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한 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약 30조원임을 고려하면, 단일 기술 분야인 AI에 매우 큰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소버린 AI', 즉 외부 기술 의존 없이 자주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준다.

소버린 AI란 국가 주도로 자체 인프라·데이터·인력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해외에서 개발된 AI는 한국의 문화나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특정 국가의 관점을 반영해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도 있다. 실례로 중국산 모델 딥시크(DeepSeek)에게 "김치의 원산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중국어로 물어봤더니 "중국"이라고 답했다. 더구나 해외 AI 서비스는 이용자의 민감 정보를 외국 서버에 저장하기 때문에 안보상의 위험도 존재한다.

AI는 핵무기에 비견될 정도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국방·전략산업 영역에서 외국 AI에 의존하면 경제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국제 질서는 누가 얼마나 강력한 '소버린 AI'를 보유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소버린 AI를 통해 우리의 언어·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확보하고, 민감 정보 유출을 방지하며, 외국 기술에 대한 종속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100조원의 투자만으로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AI 모델과 경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AI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국산 범용 초거대 AI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는 기술 주권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지만, 재정 여건상 정부가 그만한 투자 여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결과물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위험도 존재한다. 과거에도 정부는 윈도우를 대체할 PC 운영체제, 안드로이드·iOS를 대체할 국산 모바일 OS, 아마존을 대신할 국산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개발하려 했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소버린 AI' 투자는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필자는 범용 모델이 아닌 특화형 AI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범용 초거대 모델 경쟁에 한국이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한국이 경쟁우위를 지닌 분야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조선,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이나 원자력·군수산업 등에 특화된 AI가 대표적이다. 특히 향후 급격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제조 분야에 특화된 AI는 국가적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인 인구의 급증을 고려해 노인요양, 간병, 고령층 의료를 보조하는 AI나 로봇도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특화형 AI 전략을 선택할 경우, 외국 AI 생태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GPT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젠틀몬스터는 구글과 손잡고 AI 스마트안경 개발에 나섰다.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특화형 AI는 한국이 가진 산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물론 독자적인 범용 초거대 모델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의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이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AI 국제기구 설립에의 참여 등을 통해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독자적인 범용 초거대 모델을 가지지 못한 국가들과 연합하여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AI에 대한 국제 규범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기술 발전 속도다. 지금 100조원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성과가, 가까운 미래에는 훨씬 적은 자원으로도 가능해질 수 있다. 예컨대 2016년 알파고는 막대한 연산 자원을 요구했지만, 2년 후 개발된 알파고 제로는 더 효율적인 신경망 구조(ResNet)를 활용하여 훨씬 적은 자원으로 비슷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마치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미래형 터미네이터가 구형 모델을 압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AI강국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조건은 100조원 예산도 특화형 AI도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 자본, 기업이 머물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AI 생태계뿐 아니라, 기업환경 전반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은 …
연세대 경영학과, 학점은행제 컴퓨터공학과,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책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여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였고, 통상교섭본부, 맥킨지앤컴퍼니 컨설턴트를 거쳐 2013년부터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바둑 인공지능 '노바'를 만들어 일본 UEC배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독창상을 수상하여 화제가 되었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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