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JMS까지 고통 견디며 마주한 8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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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가 1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작품 공개를 앞두고 느끼는 부담감과 제작 과정에서 겪은 법적 위협, 내부 유출까지 담담히 털어놨다.
조 PD는 "오는 15일에 공개하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못 하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오는 길이 무거웠다"며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생존자다'는 2023년 3월 공개된 '나는 신이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리즈다. 조 PD는 시즌1에서 JMS 피해자로 등장했던 메이플을 다시 '생존자'로 명명하며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로서 깨달은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시리즈는 형제복지원·지존파·삼풍백화점 붕괴·JMS 사건 등 실화 4건을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조 PD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본인을 피고인으로 올린 소송만 6건에 달한다. JMS는 이번에도 작품 공개를 막기 위해 지난 5일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총 3건이 접수됐다. 그는 "12일 법원 신문이 있었다"며 "왜 이렇게 공개를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이 이야기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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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은 12년 전 'PD수첩'에서 직접 취재했던 기억으로 다시 꺼냈다. 조 PD는 "그분들을 다시 만나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건이었다.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즈가 내레이션 없이 생존자들의 육성으로만 구성된 이유도 바로 이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제작 과정 중 JMS 신도였던 일부 인물은 세뇌에서 벗어나 조 PD 측에 증언자로 나섰다. 그는 "편집본이 유출됐을 때도 걱정이 많았으나 오히려 스파이로 의심했던 인물들이 증언자가 돼준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2년에 걸친 제작 과정에서 분노와 눈물도 반복됐다. "이토록 처참한 사실을 몰랐고, 왜 피해자들이 말을 꺼내지 못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며 "그래도 저희를 믿고 카메라 앞에 서준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 PD는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바람을 전했다. "이분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사과받고 싶은 건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 방송이 진심 어린 사과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JMS에서 탈퇴한 분들이 일상을 되찾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더라. 메이플도 12월이면 아이 엄마가 된다"며 "그런 삶의 회복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쯤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생존자다'는 오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