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자들 "영적 상징 훼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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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서부 메리다주 산토 도밍고 데 구스만 본당에 보관돼 있던 아쿠티스의 성유물은 시성식 이틀 만에 자취를 감췄다. 도난 당한 성유물은 유리 성유함에 안치된 '3등급 성유물(third-degree relic)'로, 아쿠티스가 생전에 사용하거나 접촉한 물품과 연관된 물건이다.
청년 그룹을 이끄는 아드리안 가르시아는 "신자들이 깊은 존경을 담아 모셔온 상징이 사라졌다"며 "물질적 가치보다 영적 의미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지난 7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아쿠티스를 공식 시성했다. 이는 1980~200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 첫 성인이자, 교회가 디지털 시대의 신앙 아이콘을 인정한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틀 뒤인 9일 베네수엘라 교구는 성유물 도난 사실을 보고했고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성유물이 사라진 경위는 아직 불분명하다. 베네수엘라 교구 측은 외부 침입 또는 내부 소행 모두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성유물이 보안이 취약한 유리 성유함에 보관돼 있었다는 점에서 계획적인 절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아쿠티스는 생전에 웹사이트를 제작해 전 세계 성체 기적 자료를 모으는 등 IT를 통한 신앙 전파에 힘썼다. 15세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교회 안팎에서는 그를 '인터넷의 사도'라 부르며 디지털 세대 신앙의 본보기로 기려왔다.
그의 시성은 젊은 세대에게 교회의 보편적 메시지를 새롭게 전하는 계기로 평가됐지만, 성유물 도난 사건은 교회가 성유물 보존·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교회는 올해 4월 아쿠티스 성유물이 온라인에서 판매된 정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미 현지 언론은 단순한 도난을 넘어, 성유물의 영적 가치와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