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터뷰] 안신애 “골프채 놓고 뷰티에 올인…선수 때 경험담아 선크림 개발했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8010010280

글자크기

닫기

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9. 18. 18:15

알레르기·민감성 피부로 고충
사업 기획·제품 개발 밑거름 돼
골프는 개인전, 사업은 팀플레이
브랜드 키우는 과정 성취감 느껴
16
안신애 메르베이 대표(전 프로골퍼)가 지난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사의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단언할 수 있다. 안신애는 골프계에서 가장 화려한 선수였다. 실력은 물론 옷차림과 화장, 일상까지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여자 선수들은 '우직하게 운동만 한다'라는 선입견을 깨는 데서 더 나아가 프로 선수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자연스레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됐다. 그렇게 누구보다 화려했던 그가 은퇴 후 어떤 길을 택할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됐다. 뷰티 혹은 패션. 예고대로 그는 화장품 회사의 CEO로 돌아왔다. 선수 시절의 패러다임을 뒤집었던 인물이, 사업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지난 1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매니지먼트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안신애 메르베이 대표를 만났다. 메르베이는 론칭된 지 불과 한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안신애 대표의 과감한 행보 덕분에 이미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브랜드명 '메르베이(MERVEILLE)'는 프랑스어로 '경이로움, 아름다움'을 뜻한다. 그는 "내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단어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브랜드명에는 누구나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뜻이 담겼다는 게 안 대표의 얘기다.

창업의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선수 시절 햇볕 아래서도 큰 피부 고민이 없던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알레르기와 민감성 피부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시중 제품으로는 만족하기 힘들다는 판단 끝에 "내가 직접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
안신애 메르베이 대표(전 프로골퍼)가 지난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안신애는 단순히 이름만 올린 CEO가 아니다.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수차례 샘플 테스트를 거쳤다. 피부가 민감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선수 시절 경험이 오히려 기획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라운딩을 나가면 '이럴 때 쓸 수 있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그런 불편함과 니즈를 그대로 반영해 선크림과 기초 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메르베이의 선크림은 뻑뻑하지 않고 쉽게 지워지며,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도록 설계됐다. 여름과 겨울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강화했고, 남성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백탁 현상과 번들거림을 줄였다.

타깃층은 35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 나이대부터 건조함·주름·민감함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성분의 피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리포좀 기술을 적용했고, '슬로우 에이징'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기획했다. 또한 저렴한 원가 경쟁보다 제대로 된 성분을 담는 데 집중했다. ESG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테이프 없는 박스를 도입해 환경 부담도 줄였다.

'골프 선수 안신애'와 '사업가 안신애'는 분명 다르다. 그는 "골프는 철저히 개인 스포츠라 늘 외로웠지만, 지금은 팀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그 자체가 성취감"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은 구체적이다. 일본 투어 경험을 살려 일본 시장 진출을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도 목표로 한다. 다만 그는 "올해는 론칭한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며 현실적 목표를 우선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후배 선수들에게 스폰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안신애의 새로운 도전은 단순한 사업 전환을 넘어선다. 선수 시절 화려한 이미지로 골프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던 것처럼, 이제는 CEO로서 뷰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인생 2막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신애는 여전히 '기존 틀을 깨는' 게임 체인저라는 사실이다.
장지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