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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산업계 ‘백기사’KCC, 투자 성적표 보니…삼성물산 ‘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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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5. 10. 15. 18:34

故정상영 회장, 삼성물산 지분 10% 취득하며 백기사 나서
삼성물산 배당률 2.2%, 수익률은 9개 중 4위
지분 매각 요구에 고심 커진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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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한 시점은 2012년으로, 故 정상영 명예회장 세대에서 이뤄진 전략적 투자였다. 하지만 아들인 정몽진 KCC회장 세대로 전환하면서 삼성물산의 가치는 많이 희석됐다. KCC가 투자한 주요 상장사 9곳 중 삼성물산의 시가배당율이 가장 낮은데다, 더 이상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KCC는 삼성물산 지분 처분이 대량 거래인데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와의 전략적 제휴였던 만큼 쉽게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KCC의 기업가치보다 높은 삼성물산 지분을 팔자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물량 소진도 쉽지 않아서다. 정 회장에게 삼성물산 지분은 계륵인 셈이다.

하지만 KCC가 당장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그간 투자해온 성적표를 펼쳐보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정 명예회장의 전략적 투자 직후부터 KCC의 주요 매출과 계약건에 삼성물산이 이름을 올리며 유·무형 자산 확대에 상당 부분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 명예회장은 KCC는 상장사들의 지분을 취득하며 파트너쉽을 구축하는 전략을 펼쳤다. 2021년 정 명예회장 별세 이후로 KCC가 상장사 지분 취득을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정몽진 회장은 KCC의 사업을 확대하고 기본 경쟁력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당장 삼성물산 지분 매각 움직임이 없더라도 KCC의 기업가치 확대를 위해선 정 회장의 경영 전략상, 언젠가는 정리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셈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상장사 9곳(삼성물산·HD한국조선해양·현대모비스·HDC·HDC현대산업개발·현대코퍼레이션·현대코퍼레이션 홀딩스·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에이치엘홀딩스) 중 시가배당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물산이다. 작년 삼성물산의 시가배당율은 2.2%에 그쳤는데, HD한국조선해양(2.23%), 현대모비스(2.54%), HDC현대산업개발(3.88%)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곳은 HL홀딩스로 5.84%의 시가배당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낮은 시가배당율을 지적하며 지분 매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가배당율이 1~2% 수준에 불과해 KCC의 순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KCC는 산업계의 '백기사'로 불리는 곳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으로, 현대가(家)와의 인연도 깊지만 삼성그룹과도 뗄 수 없는 관계다. 관계회사들이 자본이 필요할 때나 우군 지분을 필요로할 때마다 KCC가 등장했다. 2012년 KCC는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지분 17%를 사들이며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이후 2015년에는 삼성물산 자사주 5.76%를 추가 취득하며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의결권 싸움에서 백기사로 나섰다. 당시 취득가액은 1조 811억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삼성물산의 현재 가치는 3조5000억원이다. 약 13년동안 223.74%의 지분 가치가 오른 것이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KCC가 지분 투자한 상장사 9곳의 현재 가치는 총 4조 8060억원에 달한다. 최초 취득금액이 1조 4117억원이었으니 240.4%의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현재 가치가 가장 오른 곳은 현대모비스로 취득가 대비 1053.85% 증가했고, 이어 HD한국조선해양(582.08%), HDC(242.86%) 순이다. 9곳 중 3곳(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HL D&I, HL홀딩스)는 취득가 대비 현재 가치가 오히려 떨어졌다.

삼성물산의 지분가치 증가율이 네번째에 그치지만, KCC의 매출 기여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물산은 KCC가 2대 주주가 된 이후부터 주요 매출처 및 발주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2년에는 KCC의 건자재부문 원재료의 2669억원(13.79%)를 삼성물산 등이 사들였고, 2013년에는 3000억원(15.18%), 2014년 3094억원(14.79%) 등 매출이 꾸준히 확대됐다.

2014년에는 KCC가 수주한 계약건에 삼성물산의 부천중동래미안, 우면동 R&D센터 등 총 4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수주 총액은 190억원에 달했다.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 평가액이나 배당금이 다른 상장사보다 낮아도, KCC의 매출과 수주 계약 측면에서는 톡톡한 역할을 했던 셈이다.

때문에 현재 정 대표이사의 입장으로선 삼성물산 지분 매각 필요성이 크진 않다. 배당금 수익이 크지 않고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KCC의 주요 거래처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KCC의 단·장기 차입금 규모가 5조 2259억원(올 상반기 기준)으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KCC의 부채비율이 작년말 154.6%에서 올 상반기 120.5%로 낮아진데다가 유동비율도 130.6% 에 달한다. 유동비율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고 본다. 당장 삼성물산 지분을 팔아 유동화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향후 정 회장이 KCC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아버지가 투자했던 상장사들의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제 정 명예회장 별세 이후 KCC가 상장사에 지분을 투자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아들인 정 회장은 기업간 전략적 파트너쉽 보다는 KCC 자체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향후 KCC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지분 투자한 상장사의 매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삼성물산의 지분 또한 언젠가는 정리될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KCC가 향후 어떤 자사주 활용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작년 KCC가 발표한 기업가치제고 내용에선 유휴자산 활용이나 보유한 금융자산을 처분하겠다고 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KCC는 작년 계획 수립 당시엔 자사주 활용 방안 논의 이전이었던 만큼, 방향성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지분 관련해서도 KCC의 기업가치 상승 및 유동화보다 삼성물산의 미래가치를 더 염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CC관계자는 "취득가 대비 기업가치 상승률이 4번째이긴 하지만 크게 상승한 것은 맞다"면서 "앞으로도 미래가치를 보고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물산 지분은 지속적으로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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