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모건스탠리 등도 국내 기업과 협업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 토허구역…전세의 월세화 가속
정치권서도 기업형 임대주택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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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거 전문기업 위브리빙(Weave Living)은 전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위브리빙 코리아 임대주택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이들은 220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금을 기반으로 서울 지역에 6350억원 규모의 임대주택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서울 북동부 지역에서 143가구 규모의 첫 자산을 이미 인수했으며, 디자인 중심의 고급 주거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최대 3150억원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시사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역시 올해 1월 국내 민간임대운영기업 엠지알브이(MGRV)와 손잡고 공동투자를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서울 동대문·성동·영등포·중구 등 4곳에 약 1500실 규모의 임대주택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중심업무지구와 대학가 접근성을 강점으로 삼아 대학생·사회초년생·직장인을 위한 장단기 주거공간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연내 총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계 부동산 개발사 하인즈(Hines)도 연초 서울 신촌 일대 오피스텔 100여 실을 매입해 1~2인 가구 대상의 고급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오피스 중심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넘어, 국내 주거용 임대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국내 코리빙(공유주거) 전문기업 홈즈컴퍼니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협력해 서울 강동·금천·성북구 일대 오피스텔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와 손잡고 경기 수원시 인계동을 비롯해 서울 금천·강남·중구 등지에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 규제 강화로 임대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월세'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전날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을 받게되면서,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2년 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앞서 지난 7월부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에서 80%로 축소된 데다, 오는 29일부터는 수도권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처럼 전세 진입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세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 4만9144건 중 월세 거래는 3만704건(62.5%)에 달했다. 월셋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134만원) 대비 1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입이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월세 중심의 단기 계약 시장에서 벗어나, 장기 임대와 관리 중심의 선진형 임대 모델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개인 위주의 임대차 시장 구조를 기업 위주로 전환해 전세사기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35년까지 10만 가구 이상의 20년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작년 10월과 지난 4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정부의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벌률안'과 '서비스 제공형 20년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이 장기 임대주택 시장에 진입하면 주거 임대 상품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보증금 미반환 등 사고 우려도 줄일 수 있다"면서도 "고급 임대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확산되면, 중저가 임대 공급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