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중심 신규 수주…업계 “최대 13조원” 전망
8년 연속 왕좌 경쟁 ‘스타트’…“브랜드 경쟁력·노하우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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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운 실적은 더욱 상징적이다. 전국 부동산 경기 침체와 서울 주요 프로젝트 수주 경쟁 심화 속에서도 1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내년 역시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여의도·성수 등에서 총력전을 예고한 만큼, 현대건설이 8년 연속 1위를 이어가려면 전보다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그 해답으로 '디에이치(THE-H)'를 지목한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시공·설계·상품화 경험이 디에이치 브랜드에 집중돼 있고, 하이엔드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현대건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디에이치라는 판단에서다. 공사비 인플레이션, 수주전 과열 등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디에이치의 '브랜드 파워'가 내년 재건축 시장 판도를 다시 현대건설 중심으로 재편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내년 정비사업에서 디에이치 단독 기준으로 10조원 이상 신규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는 힐스테이트·디에이치를 합산해 총 10조5105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디에이치에 전략적 무게를 더 실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금리·고물가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반면, 강남·한강변 등 최상위 입지의 수요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에 따라 조합들은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하고, 주요 사업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 가동되며 고급 브랜드를 적용할 일감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통해 이 수요를 곧장 신규 매출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업계는 내년 디에이치로 확보 가능한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최대 13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서울 중심부 사업들이 대부분 조 단위 '메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내년 디에이치 투입을 검토 중인 서울 대표 사업지는 총 4곳으로 꼽힌다. △강남 압구정 3구역 재건축(사업비 약 7조원) △압구정 4구역 재건축(2조원)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2조3000억원) △성수1지구 재개발(2조원) 등이다. 모두 조 단위 대형 사업지라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실적 향방을 결정지을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물론 해당 사업을 현대건설이 모두 확보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정비업계에서는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본다. 최상위 정비 브랜드 라인업으로 올라선 '힐스테이트-디에이치'가 10년간 입지를 다져온 데다, 올해 '래미안'을 앞세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의 치열한 수주전을 거치며 오히려 디에이치의 브랜드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12년 연속 시공 능력 평가 1위에 오른 정상급 건설사 삼성물산이 올해 9조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리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지만, 대형 프로젝트 수행력과 브랜드 경쟁력에서 현대건설이 뒤지지 않았다는 점이 올해 실적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한남4구역을 삼성물산이 가져가면서 '왕좌 교체' 전망도 있었지만, 현대건설은 개포우성6·7차, 압구정2구역 등 강남 핵심지에서 꾸준히 지지를 확보하며 10조원대 수주 실적을 냈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는 노하우와 디에이치의 상징성이 커지면서 내년 메가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현대건설 쪽으로 다시 기울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내년 디에이치 전략을 전면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술력·상품력·설계·커뮤니티·조경 등 전 영역에서 입주민 중심의 하이엔드 가치를 강화해 디에이치 브랜드의 차별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10조원대 실적의 배경에는 그동안 축적된 정비사업 경험과 제안 경쟁력이 있다"며 "층간소음 차단 1등급 구조, 올라이프케어하우스, 마이 힐스·마이 디에이치 등 현대건설만의 기술·서비스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0주년을 맞은 디에이치는 방배·한남·클래스트 등 실체화된 단지들이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 성과는 향후 도시정비 시장에서 현대건설과 디에이치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