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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은 5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동결 배경에 환율이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펀더멘털 외에 수급 요인도 상당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달러 환전 수요가 급증했다는 점은 환율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자금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3조 5000억원을 넘어서며 해당 기준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환율과 함께 국장 복귀가 요원하자 기획재정부는 국내 투자와 외환안정을 위한 정책도 발표했다.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해 해당 자금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넣고, 1년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주요 증권사 CEO를 불러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를 위한 회의도 열었다. 국내주식 투자 전용 계좌 도입과 소득공제 등을 통해 국내주식 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주겠다는 내용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장 투자자들에 대한 혜택 마련은 좋은 제도다. 다만, 먼저 개인투자자들이 왜 미장에 투자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 한다. 과연 서학개미들이 증권사의 마케팅을 이용해 무료 수수료 혜택, 이벤트성 현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투자한 것일까. AI(인공지능)대표주인 엔비디아는 지난 1년간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회사의 ROE(자기자본이익률)은 60% 이상으로 동종기업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근 주가 상승세가 멈춰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 목표가를 올리면서 성장률 대비 주가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국내 증시도 따지고보면 반쪽짜리 성장을 이루고 있다. 코스피가 올 초 이후 10% 오를 동안 코스닥 지수는 0.6%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고 있는 건 대표적인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코스피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ROE는 작년 약 10.8% 수준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고환율 배경에 달러 수급 요인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 또한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1.8% 로 전망했는데, 슈퍼 사이클을 맞이한 반도체 기업들을 제외하면 1.4%에 그친다.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률은 크지만 이를 제외한 기업들의 성장률은 부진해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낙수효과로 코스닥 시장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다만, 정부가 올해를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기업들의 성장은 뒷전이고 증시만 부양하려는 정책은 일회성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