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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대통령 “미·중 경쟁, 아시아엔 ‘대중적 번영’ 기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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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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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양 강대국의 경쟁이 오히려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와 대중적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강대국의 충돌이 주변국에 위기만을 초래한다는 기존의 비관론을 뒤집는 시각이다.

2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 패널 토론에서 "미국과 중국이 핵 기술이나 인공지능(AI) 등 민감한 분야에서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양국의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글로벌 진보를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타르만 대통령은 "두 초강대국은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기술 분야에서 맹렬히 경쟁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혁신을 낳는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혁신의 과실이 널리 공유된다면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혜택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술 경쟁의 파생 효과가 아시아 등 제3지대로 확산될 경우 경제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타르만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관련 세션에서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가 아시아 인근 국가들에 줄 '낙수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이 내부 소비 대비 제조업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산 기지가 자연스럽게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는 '디캔팅(이전)' 현상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공급망 허브로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입지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그는 현재 유엔(UN)과 같은 다자주의 기구들이 쇠퇴하고 신뢰가 약화되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타르만 대통령은 "미국이 등을 돌리며 유엔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다수 국가는 여전히 국제법을 신뢰한다"면서 AI나 기후변화 같은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복수국가간 협력을 강화해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에선 미국의 공격적인 대외 압박이 오히려 아시아 경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CMP는 별도의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으로 인해 자원 부국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아시아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유 및 가스 고객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면서 캐나다산 원유가 베네수엘라산을 대체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흐름도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약 8만 8000원)선을 밑돌고 있으며, 이란 역시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찻주전자'로 불리는 중국의 민간 정유사들에게 원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전략 컨설팅펌 올리번 와이먼의 벤 심펜도르퍼 파트너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에게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화 가속화가 중요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타르만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아시아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대국의 줄 세우기에 휩쓸리기보다, 경쟁이 유발하는 기술적·경제적 파생 상품을 국익으로 연결하는 실리 외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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